[단독] 정부, 대기업 구조조정 맞물려 남북 경협 추진

입력 2018-05-02 09:39 수정 2018-05-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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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남북 경제협력(경협)의 일환으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거나 필요한 대기업의 생산 기지를 북한으로 이전하는 안을 검토한다. 이는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해 현지의 경제 활성화를 돕고, 고임금·저효율에 시달리는 남한 기업을 되살리는 방안으로 남북이 ‘윈-윈’ 할 수 있는 카드다.

2일 청와대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자동차, 조선, 중공업 등 대기업의 생산 기지를 북한 남포에 새로 설립하거나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조선업체의 경우 생산 기지를 북한에 설립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에 따라 정부는 북한의 안변과 남포 지역에 조선협력 단지 건설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공동 선언에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내용을 포함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실사까지 나섰지만, 2008년 정권이 노 전 대통령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바뀌면서 해당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이번 4·27 남북 정상회담에 따라 남북 경협이 성사되면, 남포 지역 조선협력 단지 건설 추진은 10년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2007년과 비교해 이번에 달라진 점은 자동차 등 최근 남한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에 큰 어려움을 겪는 대기업들이 두루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고비용·저효율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체는 이번 결정에 따라 고비용을 절감하는 데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지엠이 한국에서 철수하려했던 근본적인 이유도 고비용 구조에 있었다. 현대자동차 역시 고비용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이미 생산기지를 중국 등에 만든 바 있다. 이중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이다. 생산기지 설립 혹은 이전은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한데, 대우조선의 경우 최대주주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기 때문에 정부가 결정만 한다면 자금 투입이 가장 용이하기 때문이다. 앞서 한진중공업은 북한 생산기지 설립을 검토했다가 필리핀으로 변경한 바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부 업종은 노조 반발 등 때문에 남한 자체적으로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10년 뒤, 20년 뒤를 내다본 경제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 5월 말이나 6월 초에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이 생산기지 이전 안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경협에 원칙적으로 합의는 할 수 있지만, 경제 제재라는 걸림돌이 해소돼야 자금 투입 등 구체적인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엔(UN)의 대북 제재 하에서는 현실적으로 경협을 논의하기에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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