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지록위마(指鹿爲馬) ②

입력 2018-05-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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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킬 지’, ‘사슴 록’, ‘할 위’, ‘말 마’를 쓰는 指鹿爲馬라는 말이 진시황 때 악행을 일삼던 환관 조고(趙高)로부터 나온 이야기임은 어제의 글에서 밝혔다. 오늘은 그 내력을 좀 더 소상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조고는 시황제의 유조(遺詔:황제가 죽기 전에 남긴 분부)를 위조하여 태자 부소(扶蘇)를 죽이고 어린 데다가 어리석기까지 했던 호해(胡亥)를 황제로 옹립하고서 승상 이사를 비롯하여 중신들을 처단함으로써 정권을 장악했다. 그는 어느 날 사슴 한 마리를 어전에 끌어다 놓고 호해한테 말했다. “폐하를 위해 참으로 좋은 말을 구했습니다.” “농담도 심하시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指鹿爲馬] 하다니요?” “아닙니다. 말이 틀림없습니다.”

조고가 우기자 호해는 중신들에게 물었다. “그대들 눈에도 말로 보이오?” 대부분 조고가 두려워 ‘말’이라고 답했지만 일부 곧은 신하들은 ‘사슴’이라고 말했다. 조고는 이때 ‘사슴’이라고 답했던 사람들을 기억해두었다가 죄를 뒤집어씌워 다 죽였다. 그 뒤로는 누구도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그러나 백성들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사방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마침내 유방의 군대가 수도인 함양(咸陽)으로 진격해 오는 가운데 조고는 호해를 죽이고 부소의 아들 자영(영)을 3세 황제로 옹립했으나 똑똑했던 자영은 등극하자마자 조고를 주살해버렸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진나라는 망하고 한나라가 뒤를 잇게 되었다.

지난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교수신문이 한 해를 돌아보며 선정한 4자성어에도 指鹿爲馬가 들어 있었다. 2014년의 4자성어였다. 급기야 2015년에는 ‘혼용무도(昏庸無道: 어두울 혼, 용렬할 용, 없을 무, 길 도)’라고 하여 대통령의 어리석음을 비판했다. 2016년에는 ‘군주민수(君舟民水:임금 군, 배주, 백성 민, 물 수), 물은 배를 뜨게도 하지만 뒤집어엎을 수도 있음을 말하더니 결국 대통령은 파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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