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3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현행 1.50~1.75%로 동결했다.
연준은 FOMC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연준 위원 8명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예상과 일치했다. 다만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을 끌어올리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연준은 FOMC 성명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종전의 “계속 2%를 밑돌고 있다”는 문구에서 수정된 것으로 매파적 입장이 강화된 것이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미국의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2% 올라 연준 목표치와 일치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1.9% 올랐다. 연준 위원들은 이 같은 물가 상승을 인정하면서도 우려감을 나타내진 않았다. 이는 연준이 일정 기간 2%를 약간 웃도는 인플레이션율을 용인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준은 지난 3월 FOMC에서 올해 기준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기존 3회로 유지했다.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오는 6월 열리는 FOMC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은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트레이더들은 오는 6월 기준금리를 25bp(1bp=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94%로 점쳤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에 빠르게 근접하면서 금융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가속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있다. 연준은 올해 3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지만, 시장은 4차례까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견해다. 웰스파고의 마이클 슈마허 애널리스트는 FOMC 성명 발표 직후 “올해 기준금리 인상이 3차례인지 4차례인지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아론 수석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연준이 너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길 원하지 않는다”며 “최근 기업들의 실적이 매우 좋음에도 증시가 크게 반응하지 않은 이유는 연준의 금리 인상을 우려하고 있어서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FOMC에서 연준은 공격적인 긴축 신호를 주지 않았다”며 “이는 다소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이번 성명서에서 향후 긴축 속도를 가속화 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미국의 경기 회복은 작년 말 대규모 감세 정책 등의 영향으로 전망이 밝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조치에 기업 심리가 악화할 우려가 상존한다. 고유가와 달러화 강세가 물가 상승 속도를 한층 높일 수도 있다. 연준은 오는 6월 FOMC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재검토할 방침이다.
이날 뉴욕증시는 FOMC 성명 발표 직후 예상보다 매파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인식에 올랐으나 막판 매도세 유입으로 하락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0.72% 하락한 2만3924.98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0.72% 떨어진 2635.67을, 나스닥지수는 0.42% 빠진 7100.90을 기록했다. 터치스톤인베스츠의 크리트 토마스 애널리스트는 “연준 성명서에서 그다지 시장에서 반응할 만한 게 없었다”며 “시장은 계속해서 무역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한편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