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바이오로직스 2015년 감사조서 '공란’ …신약 '바이오시밀러' 가치평가 허위 논란

입력 2018-05-03 10:58 수정 2018-05-0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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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변경 근거라고 제시한 바이오시밀러 성과, 당시 감사조서에선 빠져”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에 대한 시장가격(공정가치) 평가를 취소하라고 지적한 배경에는 ‘감사조서’라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에피스에 대한 회계기준을 변경한 근거로 제시한 내용들이 당시 감사보고서와 감사조서에는 전혀 기재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시 말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2일) 기자회견에서 바이오시밀러(복제약)가 2015년 10월·12월 잇따라 한국에서 판매 승인을 받자 에피스의 기업 가치가 커졌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당시 감사조서에서는 이 같은 사실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3일 이투데이가 확보한 금감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적사항 내용에 따르면 금감원은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에서 작성한 감사조서를 바탕으로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이 변동하는 유의적인 사건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공시를 앞두고 기업가치 측정을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에피스 가치를 현금흐름할인(DCF) 방식으로 추정해 본 결과만 기재돼 있다. 감사조서는 회계법인이 외부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회사 측과 주고받은 자료, 대화, 정황 등 모든 것을 기록·보고하기 위한 문서다. 감사조서는 회계법인이 작성해 소유권을 갖고 있다가 금융감독원이 향후 감리 등의 과정에서 제출을 요구할 때만 제공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바이오시밀러 2건이 국내 시판 허가(승인)을 받으면서 갑자기 자회사의 가치가 변동할 만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피스의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이 이러한 긍정적인 상황을 토대로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에피스의 지분을 가져갈 수 있는 개연성을 높게 봤다는 것이다. 2015년 하반기 바이오젠이 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레터(letter)를 송부해 왔다는 발언도 덧붙였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 지분 91.2%를 들고 있으면서도 향후 종속회사에서 벗어날 상황을 대비해 회계기준을 투자기업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이 받아본 감사조서에는 이러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회계기준을 변경할 만한 사유였다면 당시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이 이러한 배경을 감사조서에 기록했어야 한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러한 자료를 감사인에 제공하지 않아 전혀 몰랐거나 감사인이 알면서도 공모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쪽 어느 경우이건 간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의 해명은 ‘사후 말 맞추기’에 불과한 상황이다.

2015년 에피스의 회계처리 변경과 관련해 기재된 유일한 내용으로 알려진 현금흐름할인(DCF) 방식 가치 추정은 회계기준 자체를 변경할 근거로는 쓰일 수 없는 자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DCF는 회계업계에선 ‘연습장’에 불과하다고 말할 정도로 어디까지나 미래 가치를 추정한 것에 불과해 참고자료일 뿐”이라며 “그 외의 내용이 감사조서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면 기업의 의도에 따라 굉장히 자의적으로 기준을 변경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감사조서 내용을 확인했으며 금감원에서 추후 보고받아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측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바이오시밀러 승인이 콜옵션 행사를 이끌 만큼의 정황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심 의원은 “바이오시밀러는 신약도 아니고 복제약으로 국내에서 해마다 수백 종이 쏟아진다”며 “삼성은 국제회계기준을 근거로 들고 있지만 복제약 출시·승인을 근거로 회계처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준을 변경하는 사례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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