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하노버 메세가 시사하는 것은

입력 2018-05-0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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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가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됐다. 하노버 메세(Hannover Messe)라고 불리는 이 박람회는 1947년 시작돼 주로 제조업 부문의 최신 제품과 기술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독일이 ‘인더스트리 4.0’의 본고장이라는 측면에서도 하노버 산업박람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인더스트리 4.0은 한마디로 전통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정의할 수 있다. 표준화된 제품의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 전략이 한계에 봉착한 데서 출발했다. 그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고객 맞춤형 제품이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생산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중앙집중형 생산체계에서 벗어나 분권화·자동화된 생산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을 2035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독일 정부와 기업, 노동자들까지 명확한 목표와 전략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민간에서 제안한 전략을 국가전략으로 수립해 글로벌 생태계와 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다. 대기업은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스타트업과 기술 협력을 병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제조업에서 히든 챔피언이 많이 등장하고 있고, 스타트업은 디지털화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 차원에서 수립한 전략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하노버 산업박람회의 5대 주제는 △산업자동화 △공정자동화 △에너지 △산업부품 공급 △신기술이었다. 이 중 산업자동화는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로봇 분야와 관련 깊다고 할 수 있는데, 독일과 일본이 여전히 선두에 있고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다만,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빠르게 추격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에서는 추격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기업의 글로벌 로봇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움직임이 활발한 이유다. 공정 자동화는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는 디지털 트윈(제조 공정에 대한 가상현실을 실제와 가깝게 구현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공정 적용 전에 디지털 트윈을 통해 충분히 시뮬레이션해봄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을 통해 성장을 이뤄왔다는 점에서 독일과 한국은 어느 정도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먼저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동안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제조업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인식돼왔다. 플랫폼 구축,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은 그 자체만으론 제조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기술이 제조업과 결합되면서 제조업에서의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둘째, 스타트업에 대한 육성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기업의 기술 개발 및 적용에 따른 물리적·시간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기업이 기술 개발을 위해 내부 조직을 구축하고 그 조직이 성과를 내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때 수많은 스타트업 중 필요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곳을 찾는다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셋째, 산업 정책적 측면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디지털화는 어느 하나가 주도해서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 간, 산업 간 연계성이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디지털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제조업에서도 디지털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리스크에도 투자가 가능하도록 균형 잡힌 금융생태계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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