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경기도 평택의 미군용 임대주택 투자자들은 요즘 많이 불안할 게다.
남북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한국 주둔 미군 감축 설이 나돌고 있어서다. 미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도 미군 감축 발언이 나올 정도이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경이 예민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군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임대수요가 감소한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공급이 넘쳐나 시장이 안 좋은 데 수요까지 줄게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게 뻔하다.
미군 감축 설은 확정된 얘기가 아니다. 앞으로 북미 정상회담 결과와 남북 실무자 회의가 진행돼 봐야 대충 감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북한이 핵 전면 폐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면 미군 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에서 이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되도록이면 남북 화해 무드 조성에 걸림돌이 되는 사안은 제거하려고 들 것이다. 미군 감축에 대해서는 남북이 찬성 표를 던질지 모른다.
주변 정세가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데 미군용 임대주택 소유자들이 제대로 밤잠을 이룰 수 있겠는가. 주택 1채 당 3억~4억 원 정도인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평택 팽성 미군 기지에는 계속 다른 지역에 주둔하던 미군이 이전 중이다.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평택 주둔 미군 수는 가족 포함 3만 5000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항간에는 군무원까지 다 모이면 5만여 명이 될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미군 이전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평택의 미군 렌털 하우스(임대주택)는 재미가 꽤 좋은 투자 상품임은 분명하다. 미군이나 군무원 입주만 확실하면 투자 수익률이 7~9%대는 족히 될 것이라는 게 중개업소들의 분석이다.
물론 지금도 헌집이나 위치가 좋지 않은 곳은 빈집(공실)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임대가 잘 안 된다는 말이다. 더욱이 미군 캠프 인근에 새로운 임대주택들이 많이 건축되고 있어 완공이 된지 좀 오래된 기존 주택의 경쟁력은 자꾸 떨어지는 형편이다.
여기다가 평택과 인접한 아산 권까지 단지형 임대주택이 대량 조성돼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는 입장이다.
분양가도 대폭 뛰었다. 미군 측에서 제공하는 임대료는 딱 정해져 있는데 분양가가 올라가면 투자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 수익률은 4~5% 선으로 하락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다가 공실이 몇 개월 생기면 형편은 더 어려워진다. 미군 렌털 하우스는 지역 중개업소의 관리 수수료가 한 달 임대료 수준이어서 실제 투자 수익률은 분양업자나 중개업소들이 제시한 것보다 낮다.
그렇더라도 앞으로 미군이나 군무원이 모두 이전될 경우 임대주택시장은 그런대로 굴러가게 된다. 경쟁력이 없는 집은 도태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미군이 감축되면 상황은 확 바꿀 수밖에 없다. 지금 임대가 잘 된다 해도 앞으로 미국이 줄어들 경우 주택시장은 위축될 게 분명하다. 지금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주택은 잔뜩 지어 놓았는데 세 들 사람이 적으면 시장은 얼어붙게 돼 있다. 새집도 공실을 피할 수 없고 특히 지은 지 오래된 주택은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게다.
미군 축소가 현실화되면 일반 주택시장도 영향을 받을 게 뻔하다. 미군 기지와 연관된 각종 협력 업체 수가 줄고 이로 인해 주택 수요 또한 감소되기 때문이다.
팽성을 비롯한 평택 권에는 미군 렌털 하우스뿐만 아니라 국내 수요를 겨냥한 주택·오피스텔·상가 등이 대량 건설됐다. 미군 축소 조치가 내려지면 관련 부동산 시장도 위축될 것이라는 소리다.
기존 평택 권의 일반 아파트 분양도 마찬가지다.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아 시세 차익이 없는 곳은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재 분양에 들어간 관련 업체들은 여러 홍보 채널을 활용해 시장 띄우기에 여념이 없지만 투자 상품의 예후는 밝지 않다.
물론 고덕 신도시에 있는 삼성전자가 본격 가동될 경우 평택 주택시장은 활기를 띨 가능성이 크다.
그렇더라도 고덕 신도시와 거리가 먼 곳은 이미 공급 과잉으로 큰 재미를 보기 힘들다. 삼성전자 인근 아파트는 몰라도 위치가 좋지 않은 곳은 냉기를 피하기 어려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