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재계 “최악의 환경”

입력 2018-05-0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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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의 활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경제의 핵심인 기업의 경영 환경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는 자국 산업 보호를 앞세운 보호무역주의를 공론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전방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오는 10일 삼성과 현대차 등 10대 그룹 전문경영인과 간담회를 가진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공정위 수장이 “대기업 공익 재단의 운영실태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사실상 첫 대면인 만큼 재계는 김 위원장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의 위상을 강화해 ‘경제 검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제도를 폐지해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행위에 대해 쉽게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재계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정권 교체 직후 대대적인 사정작업과 기업개혁 정책이 이어져 왔지만 이번처럼 전방위적이지 않았다”며 “큰 틀에서 정부 정책을 존중하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추진한 ‘상법 개정안’도 본격화됐다.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전자투표제 도입 등이 골자다. 이 중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는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제도다.

기업들은 일반이사와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해 대주주의 의결권을 처음부터 3%로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가 결합하면 6~7명의 이사진 중 절반(감사위원 3명+일반 이사 1명) 이상을 투기 자본이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외국계 투기 자본에 사실상 공격권을 넘겨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순환출자구조 개편에 나섰던 현대차그룹도 투기펀드 엘리엇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인세율 인상도 기업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은 과세표준 200억 원 초과 기업에 적용되는 22%다. 김대중 정부 27%, 노무현 정부 25%로 내린 뒤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22%까지 내려왔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평균이 22.5% 수준인 상황.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과세 표준을 신설해 최고 세율을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면 미국을 포함해 선진국들은 줄줄이 감세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상원이 통과시킨 세제개편안은 현재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대폭 낮추는 방안을 담고 있다. 자극받은 일본도 법인세 실효세율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최근 전문가 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3.7%는 문재인 정부 재벌정책에 대해 “역대 정부보다 개혁성은 있지만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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