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사가 바라보는 남북경협

입력 2018-05-0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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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훈 산업1부 기자

▲류정훈 산업1부 기자
▲류정훈 산업1부 기자
“기업이 북한에 진출하기 위해선 정부가 먼저 리스크를 해소해야 합니다. 확신이 들기 전까지 기업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의 두 정상이 만난 이후 경협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제단체는 본격적인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북한이 경제 빗장을 열었을 때 열악한 사회기반시설(SOC)이 재정비에 들어가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거대한 수혜를 볼 거란 기대에 주가는 고공행진이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남북경협에 기업에선 반대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관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남북경협은 완성되기 전까지 완성된 게 아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남북경협은 기업에 활력도 키우고 시장 파이를 키울 좋은 기회”라면서도 언제 남북관계가 경색될지 모른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2014년 1월 신년사를 통해 ‘통일대박론’을 펼쳤지만, 그로부터 2년 후 남북관계의 최후 보루였던 개성공단이 갑작스럽게 폐쇄된 걸 이유로 들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릴 수 있겠지만, 남북경협의 실체가 없는 지금 기업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냉정하게 상황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의 기대감에 젖어 버리면 거사를 그르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의 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고 해도 바로 북한 경제의 대문이 열리진 않는다.

과정도 쉽지만은 않다. 일례로 시멘트 업계의 경우 북한으로 제품을 운반하기 위해선 현장에 시멘트를 보관·납품할 수 있는 시설을 세워야 한다. 원활한 운송을 위해선 철도·도로를 재정비해야 하고, 그 전에는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북한 유엔 제재를 풀어야 하는 등 업계 하나만으로도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

건설업계에 쏠리는 근시안적인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 기대만으로는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경제는 숱하게 목격했다. 이제 근시안적인 경제 안목에 안경을 씌워 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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