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제2의 엘리엇이 몰려온다

입력 2018-05-0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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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산업1부장

요즘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외국계 엘리엇이라는 펀드 때문이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안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난데없이 현대차와 모비스를 합병하라고 압박하는가 하면, 2%도 안 되는 지분을 가지고도 자사주 소각 등 자신들의 요구를 외치고 있다.

행동주의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행동주의 펀드는 미국에선 매우 흔한 펀드이다. 꽤 유명한 펀드매니저들이 포진해 있다. 예컨대 빌 애크먼, 넬슨 펜츠, 댄 롭, 칼 아이칸 등이다.

그런데 엘리엣은 왜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무엇보다 미국에서 처참한 수익률을 거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선진 자본시장에서 이미 보편화된 투자 기법이 됐다. 이에 따라 초창기의 수익률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졌다.

행동주의 펀드는 성향으로 보면 가치주의자에 가깝다. 가치주의자란 기업의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장기 투자자를 말한다. 워런 버핏이 대표적인 가치주의자다.

행동주의자가 가치주의자와 다른 것은 주식을 사고 기업에 대한 요구를 외부에 떠든다는 점이다. 현대차를 조용히 매집하는 사람이 가치주의자라면, 현대차를 매집한 후 “이렇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이들이 행동주의자다. 분명한 것은 최근의 수익률은 형편없다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빌 애크먼 펀드의 경우 수익률이 반토막이 난 상태다. 빌 애크먼은 작년 ADP란 기업의 지분 8.3%를 매집했다. 이후 이사회 의석 3자리를 요구하면서 프레젠테이션(PT) 자료를 공개함과 동시에 웹사이트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위임장 대결에서 패배했다. 주가는 빌 애크먼이 매집을 공개하기 전까지 오르다가 공개 시점에서 오히려 하락했다. 이후 이사회 전까지 오르다가 이사회 일자에 가까워짐에 따라 또 하락했다.

행동주의자들이 큰 수익을 올리기 힘들게 된 것은 반대편에도 똑같은 패턴의 펀드들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헤지펀드들의 전쟁터가 되어 버린 건강식품 유통회사 허벌라이프가 그 경우이다.

빌 애크먼은 2012년 12월 허벌라이프의 영업 방식이 ‘다단계’라며 이 회사 주식을 공매도했다. 그러나 2013년 1월 반대로 서드포인트의 댄 롭이 허벌라이프 주식 8%를 매집한 것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장중 10% 급등했다. 댄 롭은 매입과 동시에 투자자들에게 편지를 보냈고, 빌 애크먼의 주장은 틀렸다고 반박했다. 이 와중에 칼 아이칸은 허벌라이프 주식을 16% 넘게 사들이며 댄 롭 편에 섰다. 조지 소로스도 칼 아이칸에 동조하며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한국 자본시장에는 행동주의 펀드가 거의 없다. 여기에 최근 한국 정부의 움직임이 행동주의자에게 기회로 인식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주로 기업의 지배구조가 바뀌거나 영업 환경이 변화할 때 투자 포인트를 찾기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방안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재벌 개혁은 근본적으로 재벌의 지배구조 변화를 전제로 한다.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대한항공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총수가 소수의 지분으로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가진 데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다. 소위 ‘사회적 공감대’를 이용해 경영자를 공격해야 하는 행동주의 펀드 입장에선 현재의 대한항공은 최적(?)의 조건을 갖춘 기업이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한국으로 몰려올 것이다. LBO(차입금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가 한때 수많은 코스닥 기업을 집어삼켰듯, 행동주의 펀드의 등장은 한국 재계는 물론 인수·합병(M&A) 시장, 더 나아가 국내 자본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다.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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