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민 깊은 롯데의 지역 상생

입력 2018-05-09 10:20 수정 2018-05-0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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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영 산업2부 기자

“그런데 기자님, (말씨를 들어보니) 저희 지역은 아닌 거 같은데 서울이십니까?”

‘서울에서 여기까지 신경 쓸 사안은 아닌 거 같다’는 듯 보는 현지 담당자도, ‘취재 지역이 따로 정해져 있나’라고 생각한 기자도 서로 당황했다. 지난해 12월 롯데백화점 마산점 관계자와의 통화였다.

당시 롯데백화점 마산점은 기존 현지 법인에서 본사 롯데쇼핑으로의 합병으로 형태가 전환되면서 지역민들과의 갈등 여론이 있어 이를 취재하던 중이었다.

경남시민주권연합 측은 “대형 유통점들이 지역 정착을 위해 현지법인화에 노력 중인데, 오히려 그 반대로 가는 게 롯데백화점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순손실 66억 원인 마산점의 경영 효율을 위한 작업”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더 나아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롯데와 지역민들과의 잡음은 군산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 GM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민심이 성난 군산은 롯데몰의 오픈에 중소 상인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까지 개입에 나섰다.

지역민은 3년간의 개장 유예 또는 상권 활성화 지원금 260억 원 지급을 원하고 있지만, 롯데가 내세우는 것은 지역민 85% 채용이다. 이번에도 롯데는 매장 오픈을 통해 지역 경제가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입장뿐이었다. 물론 실업난 속에서 롯데의 지역 채용 노력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역 상권과의 상생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매장이 이미 문을 연 시점에서 개장 유예와 같은 조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군산 지역민들 역시 매장에 입점한 상인과 그렇지 않은 상인 간 의견이 갈라져 있어 롯데도 중기부의 권고안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지역민들의 갑질” 또는 “무리한 요구”라고도 한다. 그러나 모든 문제의 발단은 롯데가 터를 잡고나면서부터였다. 현지법인을 무효화하든, 합의 없이 매장을 열든 지역민들에게 그들은 돈을 빼 가는 존재다. 그저 나아질 거라는 말 대신 구체적인 재정적 대안을 내놓아야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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