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토요타가 고급차를 만들어 렉서스로 판매하는 게 대표적이다. 혼다가 어큐라를 내세웠고 일본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는 인피니티다.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짧은 역사와 시장 구조 탓에 국산차 가운데 진정한 의미의 ‘니치 프리미엄’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이 시장에 근접했던 차로 쌍용차 무쏘, 그 가운데 500대 한정판으로 생산된 500 리미티드 버전을 꼽는다.
무쏘 500 리미티드는 1996년 말 등장했다. 당시 쌍용차는 1세대 무쏘의 마이너체인지를 준비하면서 전 세계 고급 명차에 견줄 수 있는 한정판 무쏘를 기획했다. 희귀성을 확보하기 위해 총 500대만 생산했고 이 가운데 100대를 내수시장에, 400대는 해외에 팔았다.
당시 기준으로 무쏘 500 리미티드는 다양한 첨단장비가 가득했다. ‘SUV = 디젤’이라는 등식이 팽배하던 시절, 고급세단 체어맨에 얹어온 직렬 6기통 3200cc 가솔린 엔진을 무쏘에 도입했다. 도로 상황에 따라 스스로 구동력을 바꾸며 달리는 상시사륜구동 시스템도 국내에선 처음으로 장착했다.
요즘은 식상해졌지만 당시 기준으로 옵션은 초호화 그 자체였다. 차 색깔은 ‘적갈색 진주펄’을 단일 색상으로 정했고 명품 단조휠을 수입해 장착했다. 이 밖에 실내에 △브라운관 5인치 TV △CD플레이어 △양가죽시트 △휴대전화 등을 갖췄고 우드 그레인에는 전통적인 자개 문양을 심었다. 판매 이후 관리를 위해 전담 AS요원까지 지정하며 사후 관리에 나서기도 했다.
출시 당시 차 가격은 4950만 원으로 국산 승용차 가운데 가장 비쌌다. 가장 싼 대우국민차 티코가 320만 원이었고, 현대차가 2세대 그랜저를 바탕으로 개발한 최고급 모델 다이너스티 리무진이 4770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꽤 과감한 가격 정책이었다. 그럼에도 수요는 뚜렷해 당시 국내 판매 100대분이 금방 팔려 나갔다. 요즘으로 비교하면 쌍용차 최고급 SUV가 제네시스 EQ900(1억1800만 원)보다 비쌌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