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판소리

입력 2018-05-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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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문화유산 중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적지 않다. 판소리도 그중 하나이다. 판소리가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을 때 우리는 큰 자부심을 가졌다. 판소리가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리라는 기대도 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판소리는 여전히 국민적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서양 음악에 쫓기고 K팝의 큰 유행에 밀려 오히려 날로 쇠퇴하는 형국이다. 예전엔 어버이날 효도선물로 판소리 LP판이나 CD 등을 찾는 사람이 더러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 판소리를 듣던 세대는 하나둘 작고하는데 그 후세대가 판소리를 듣지 않게 되자 판소리의 수요가 날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판소리’라는 말의 어원과 의미에 대하여는 아직 결론이 나와 있지 않다. ‘판’과 ‘소리’의 합성어라는 점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으나 ‘판’의 의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판’은 ‘상황’ 혹은 ‘장면’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술판, 개판, 난장판 등이 그런 예이다. 그런가 하면 ‘여러 사람이 모인 곳’이라는 뜻도 있는데 놀이판이 그런 예이다. 판이 가진 이런 의미를 취할 경우, 판소리는 ‘많은 청중이 모인 놀이판에서 부르는 노래’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판’은 ‘판을 짠다’는 의미로도 사용한다. 인쇄활자를 배열하여 ‘활자판’을 짜는 것이 판을 짜는 대표적인 예이다. 판이 가진 이런 의미를 취한다면 판소리는 중모리-중중모리-휘모리-진양조-자진모리 등으로 이어가며 ‘판을 짠 음악’이라는 뜻이 된다. 최근에는 이 설이 비교적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의 경극(京劇)이나 지방극도 ‘투수(套數 套: 한 벌 투, 數: 셈 수)’ 혹은 ‘투곡(套曲 曲:악곡 곡)’이라고 하여 악곡을 ‘한 벌(set)’로 판을 짜서 노래 부른다는 점을 참고한다면 우리 판소리의 ‘판’도 ‘판을 짠 음악’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다. 판소리 판이 활발하게 벌어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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