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로직스발(發) 회계처리 논란이 연일 뜨겁다. 금감원은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2016년 11월 상장이 이뤄지기 직전 해인 2015년에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해 자산과 이익을 부풀렸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이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감사인 등에 통지했다. 하지만 바이오로직스는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어 “회계처리로 부당 이득을 취한 적이 없다”면서 “분식회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쟁점이 되는 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논란을 되짚어봤다.
궁금증 ① 자회사 회계처리 변경, 분식회계인가 아닌가 =핵심 쟁점은 바이오로직스가 주장하는 것처럼 바이오에피스의 실적이 급속히 좋아져 회계처리 방법을 변경한 것인지, 금감원의 판단인 회계처리를 바꿈으로써 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을 부풀린 것인지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기업은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보고 ‘종속회사’로 분류하며, 지분이 20~50%면 관계가 있다는 의미의 ‘관계회사’로 분류한다.
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의 개발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가 급격히 증가하자 바이오에피스의 2대 주주이자 합작법인인 미국의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사들일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봤다. 실질적으로 더 이상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선제적으로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과반 지분이 유지됐는데도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제외한 것은 일관성에 위배된다고 봤다. 특히 실제 행사되지도 않은 권리를 가능성만을 고려해 미리 반영한 것은 회계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궁금증 ② 금융당국 판단 기준인 ‘K-IFRS’도 쟁점? =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이 국제회계기준(IFRS)을 국내 법 제도에 맞게 만든 ‘K-IFRS’를 충실히 반영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K-IFRS 세부 사항에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회계법인들이 이런저런 분위기에 따라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K-IFRS 제1110호다. 1110호는 투자자가 피투자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Power)’ 행사 여부로 연결재무제표 대상(종속회사 관계)인지를 판단한다. 그런데 지배회사와 종속기업의 관계를 ‘지배력’이란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지분율이 몇 % 이상이어야만 종속기업이라는 의무조항이나 숫자도 없다. 다시 말해 해당 기업이 판단하기에 충분한 지배력이 있다고 보면 종속기업으로 분류하고,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하면 관계기업으로 분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회계사들 사이에서는 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최대주주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데도 ‘지배력 감소’를 이유로 들어 굳이 종속기업으로 분류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의심도 나온다. 실제 바이오젠은 콜옵션을 49%까지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50% 이상의 지분은 취득할 수 없다.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지배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갖는다는 의미다.
궁금증 ③ 삼성바이오가 다가 아니라는데… 제약·바이오업계 회계처리 왜 논란인가? = 국내 제약·바이오 상장사는 K-IFRS 제1038호에 따라 연구개발비를 당기 비용 또는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 제약·바이오업체는 연구개발 활동을 연구 단계와 개발 단계로 나눠야 하는데, 연구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발생 시점에 비용으로 처리한다. 다만 K-IFRS는 개발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제약·바이오회사의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높거나 미래에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에는 회사 자체 판단으로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 제조업체가 연구개발비를 반드시 100% 비용처리해야 하는 반면, 제약·바이오업계의 경우 자산 처리에 있어 유연성이 존재한다. 이는 다시 말해 분식회계 발생 소지가 높다는 얘기도 된다.
올해 1월 독일 도이치뱅크가 셀트리온의 회계처리 방식을 지적하고 나선 데 이어 차바이오텍 또한 최근 회계감사 한정의견과 함께 코스닥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비에 대해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회계처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국 금융감독원은 4월 제약·바이오기업 10곳에 대한 테마감리를 예고했다. 감리 대상 유력후보로는 셀트리온, 차바이오텍, 오스코텍, 티슈진 등이 꼽힌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6년 말 현재 제약·바이오 상장사 152곳 가운데 55%가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계상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제약·바이오업계 회계처리 이슈의 서막에 불과할지 모른다.
궁금증 ④ 제약·바이오업종, 연구개발비를 왜 자산 처리하나 = 다른 업종보다 연구개발 활동이 많은 제약·바이오업체에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선택지는 ‘유혹적’일 수밖에 없다.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면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반면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면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자산이 늘어나 재무구조가 좋아진다. 다만 K-IFRS 제1038호(무형자산) 57항은 무형자산 기본요건 3가지에 더해 기업의 △완성 의도 △사용·판매능력 △사용·판매에 필요한 자본력 등 총 6가지 요건을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궁금증 ⑤ 회계처리 논란, 업계에 득일까 실일까? = 금감원의 테마감리를 바라보는 금융투자업계와 바이오업계의 시각은 확연히 다르다. 금감원은 낙관적으로 자산화했던 개발비를 일시에 손실로 처리하는 경우 급격한 실적 악화 등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시장 자율적으로 투명한 회계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에야말로 회계 투명성을 높여 바이오 업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바이오업계는 한창 성장해야 할 업계에 생태계를 갖춘 선진국식 보수적인 회계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과도하다고 호소한다. 신약 하나 개발하는 데 1조 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상황에서 개발비 무형자산화를 너무 보수적으로 적용하면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상장을 유지하기 힘들어지고, 결국 연구비를 줄일 수밖에 없어 R&D 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민정 산업2부 차장 pu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