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보증수리 무한경쟁 돌입'

입력 2008-04-03 13:57 수정 2008-04-0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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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회사원 김성록 씨는 얼마 전 자동차 정비업소를 다녀온 후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정비를 마친 후 며칠 지나서 "수리에 만족했냐"는 콜센터 직원의 상냥한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성록 씨는 "과거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어서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기분은 좋았다"며 만족해했다.

보증수리는 자동차 메이커와 소비자의 인연을 지속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중요도가 높은 만큼 최근 자동차 업계는 보증수리에 관한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증수리, 메이커별로 어떻게 다를까?

원래 자동차 메이커들은 판매 후 일정 기간이나 거리 동안 보증수리를 해준다. 과거에는 ‘무상수리’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최근에는 이런 용어를 자제하고 있다. 차 가격에 이미 수리비가 일정 비율만큼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무상’이라는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일었기 때문이다.

보증수리는 메이커별로 제공되는 내용이 약간씩 다르다. 재정부가 정해놓은 품목별 보상기준에 따르면, 자동차는 일반 부품의 경우 2년 또는 4만km, 엔진 및 동력전달장치는 3년 또는 6만km까지로 되어 있다. 각 메이커들은 이를 기준으로 운영하면서, 일부 전략 차종에 한해 수리기간을 늘려주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를 보면 에쿠스, 그랜저(TG), 쏘나타(NF), 아반떼(HD), 베라크루즈, i30 등의 차량에 일반 부품 3년 또는 6만km, 엔진 및 동력전달장치는 5년 또는 10만km까지 보증기간을 정해놓았다. 그 외의 차종은 앞서 밝힌 기본적인 수준이 적용되고 있다. 차종별로 차등을 두고 있는 셈이다.

GM대우의 경우도 현대차처럼 일부 모델에 한해 일반 부품 3년/6만km, 엔진 및 동력전달장치 5년/10만km를 보증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차는 스테이츠맨과 토스카, 윈스톰, 라세티다.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일부 전략차종에만 이런 혜택을 적용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르노삼성차는 출범 때부터 차종에 관계없이 ‘일반 부품 3년 또는 6만km, 엔진 및 동력전달장치는 5년 또는 10만km’이라는 기준을 지켜오고 있다. 당시에는 국내 업체들 사이에서 이러한 보증제도를 제시한 곳이 없었기 때문에 상당히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현대차는 이에 자극받아 르노삼성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보증해주는 모델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의 경우는 거의 모든 차종이 2년/4만km, 3년/6만km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나 체어맨은 예외다. 체어맨H의 경우는 일반부품이 3년/6만km, 엔진, 구동계통이 5년/10만km로 정해져 있다. 최근 출시된 체어맨W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일반부품, 엔진계통 가리지 않고 5년/10만km를 보증해주고 있다.

다만 현대차의 경우는 지역별로 서비스 기간을 차등화해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10년, 10만 마일(16만km)라는 업계 최고 수준의 보증을 시행하고 있을 정도다. 현대차는 이로 인해 큰 마케팅 효과를 거두었고, 지금은 기아차도 이를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를 두고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설득력이 약하다. 일본 시장에서 판매 부진에 빠지자 보증 기간을 미국 수준으로 올린 바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를 시행하지 않는 것은 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수입차 업체, 이런 점이 다르다

그렇다면 수입차 업체들은 어떤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을까? 전반적인 보증 서비스 수준을 보면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나은 편이다. 지난해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BMW코리아의 경우를 보자. 이 업체는 차체 및 일반 부품의 경우 2년 동안(주행거리 무제한), 엔진 및 동력전달장치는 3년/6만km 동안 보증수리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 부품의 경우 ‘2년간 주행거리 무제한’이라는 보증 조건이 국내 업체와 큰 차이를 보인다. 또한 신차 구입 시 5년/10만km까지 소모성 부품을 무상 공급한다는 점은 여타 수입 브랜드와도 구분되는 가장 큰 장점이다. 여기에 구형 모델에 대한 특별 정비 서비스를 펼치는 ‘리프레쉬 캠페인’도 BMW만의 특화된 서비스다.

렉서스의 경우는 기본 보증이 4년/10만km로 상당히 후한 편이다. 또한 2년/4만km까지는 소모성 부품을 무상으로 교환해주며, ‘더블 쿠폰’이라 불리는 보증수리 연장혜택 서비스를 받으면 혜택이 두 배로 늘어난다.

하지만 그간 렉서스의 장점이었던 보증수리 연장 쿠폰제도(10만원만 내면 2년 2만km 동안 보증 연장)는 이제 없어졌다. 이를 보증해주던 LIG손해보험이 계약 연장을 거부해서다. 이를 적용할 경우 보증기간은 국내 최장 수준인 6년/12만km가 되어, 신차 구입 후 상당 기간 동안 수리비 걱정 없이 탈 수가 있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특이하게 3년에 거리는 무제한으로 보증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특히 장거리 운전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국내 소비자 보호법이 정하는 기본 보증(2년/4만km, 3년/6만km) 이외에 3년 또는 10만km 이내에 무상점검과 소모품 교환을 해주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를 마련했으며, 일정비용을 지불하면 무상보증이 연장되는 ‘Service Contract’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수입차 직판사업을 하면서 보증 거리별로 쿠폰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쿠폰 가격을 지불하면 최대 10만km까지 소모품을 제공받을 수 있는 이 제도를 선택하는 것은 철저히 고객의 몫이다.

▲서비스 제공도 차 등급에 따라 차별화?

수입차를 타는 오너들이 국산차와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는 점이 정비 받으러 갔을 때의 대우다. 대부분의 수입차 정비센터는 호화스러운 시설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 일부 서비스 센터는 대형 화면을 통해 최신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인터넷 이용이나 골프 연습도 즐길 수 있다.

또한 미리 예약만 하면 정비 받는 동안 마사지 의자에 앉아 편안히 쉬면서 기다릴 수 있고, 예정된 정비 시간을 넘기면 자신이 타는 차보다 한 급 위의 모델을 대차해주는 업체도 있다. 인피니티는 보증 기간 내에 집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차량운행이 불가능할 경우, 교통편과 숙박시설을 지원해준다.

국산차의 경우는 워낙 판매대수가 많다보니 지역별로 이런 시설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차의 경우는 에쿠스 고객 전용 창구를 마련해 놓았고, 기아차도 오피러스 전용 서비스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서비스센터 내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수입차 수준의 편안함을 누리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다만 수입차는 전국적으로 서비스센터가 고르게 분포되지 않아 중소도시나 지방도시 거주자들이 혜택을 받기 힘들다. 국산차의 경우는 직영 정비공장 외에 협력업체들이 함께 운영되어 서비스 거점 면에서는 앞서있다.

최근에는 국산차업체들도 수입차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혜택을 크게 늘렸다. 현대차의 경우는 에쿠스와 그랜저, 쏘나타, 베라크루즈 등의 차종에, 기아는 오피러스, 쌍용은 체어맨, 르노삼성은 SM7에 일반 보증 외에 각종 편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차량 정비 시 무상 픽업&딜리버리 서비스 같은 것이 그 좋은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차 가격에 반영되는 추세라는 게 문제다. 앞서 예를 든 차종은 모두 중형차 이상의 고가 차종이며,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하고부터 차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보증수리, 어떤 점이 불만인가

많은 소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것이 보증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점이다. 어느 일선 정비 업자들은 보증 기간을 2년 4만km에서 3년 6만km 정도로 늘리는 것은 자동차 업체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귀띔한다. “그 정도의 비용 차이는 이미 차 가격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메이커에서 마음만 먹으면 정비 혜택을 늘리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현재는 국내 업계들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닛산과 토요타처럼 일본 대중차 브랜드가 진출해 국산차와 직접 대결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들 브랜드의 앞선 서비스가 가격 차이가 크지 않는 국산차와 비교될 경우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보증 기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서비스의 질’이다. 최근 국산차 업계는 재생부품 논란에 휩싸여 있다. 리콜된 차에 장착하는 부품을 신품이 아닌 재생부품을 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재생부품 사용이 불법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자동차10년타기’의 임기상 대표는 재생부품 사용에 대해 “사실 관련 법규는 신품이건 중고품이건 교환만 해주면 된다. 그러나 이때 소비자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생략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예를 들어 미션 일부분에 문제가 있다 하면, 전부를 교체할 경우 기존 미션을 파쇄할 때 생기는 환경문제가 따르게 된다. 따라서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재활용을 많이 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때도 미리 소비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이 기업의 도리”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의 설명대로 소비자들에게 미리 동의를 구하는 게 기업의 도리이지만, 사실 업계에서는 이를 잘 지키지 않고 있다. 또, 여기서 한술 더 떠서 중고품을 쓰면서 신품을 썼다고 거짓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자동차 업계의 보증 수리에 관련된 여러 문제들은 메이커들의 양심에 맡겨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으므로 이를 규제하는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메이커가 나서지 않는다면 정부 주도로 보증 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와 달리 차량의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2년/4만km 보증기간은 지나치게 짧다는 자동차 전문가들의 지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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