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 스포츠 도박 합법화 길 열어…베팅업체 주가 폭등·라스베이거스는 울상

입력 2018-05-15 08:20 수정 2018-05-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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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정부 세수 효과 기대·스포츠 단체는 승부조작 우려…비공식적인 시장 규모 1500억 달러 달해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대법원. 14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은 모든 주가 자체적으로 스포츠 도박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대법원. 14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은 모든 주가 자체적으로 스포츠 도박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모든 주에서 스포츠 도박을 자체적으로 합법화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관련 업계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전망이며 세수 증가 효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 시장을 독점했던 라스베이거스 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연방대법원은 9명의 대법관 중 6명의 찬성으로 모든 주가 자체적으로 스포츠 도박을 허용할지 결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된 ‘프로와 아마추어 스포츠 보호법’에 따라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스포츠 도박을 금지해왔다. 뉴저지주는 지역 내 카지노와 경마장 등이 쇠퇴하자 스포츠 도박을 허용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이날 대법원은 금지 조치 해제를 요구한 뉴저지주의 손을 들어줬다.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은 “스포츠 도박의 합법화는 중요한 정책적 선택이 필요하지만 그 선택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의회는 스포츠 도박을 직접 규제할 권한이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면 각 주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뉴저지는 오랫동안 근본적으로 불평등한 법률과 싸워왔으며 오늘 판결에 따라 다른 주에서 합법적인 시설을 뉴저지에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제닝스 도박분석가는 “이것은 역사적인 순간”이라면서 “많은 주 정부가 세금을 인상하고 합법적으로 이를 규제하는 기회로 여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게임협회에 따르면 스포츠의 인기가 높은 미국에서 비공식적인 스포츠 도박 시장의 규모는 1500억 달러(약 160조42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법원의 판결로 합법화가 가능해지면서 관련 사업 기회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WSJ는 이번 판결로 미국 시장을 열망하는 유럽의 카지노 및 베팅업체들에 대한 파급 효과가 도박 사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판결 이후 주식시장에서는 미국과 영국의 베팅업체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런던 증시에서 영국 도박회사 윌리엄힐은 10.7%, 패디파워베트페어는 12.2% 각각 폭등했다. 뉴욕증시에서 이날 오후 미국 처칠다운은 5.5% 올랐으며 카지노그룹 시저스엔터테인먼트는 한때 8% 이상 뛰었다. 조 어셔 윌리엄힐 미국 최고경영자(CEO)는 뉴저지에서 사업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전국의 스포츠 팬들도 흥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라스베이거스에 기반을 둔 호텔·카지노업체 윈리조트는 경쟁 우위를 잃게 되면서 주가가 2% 하락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리그를 주최하는 전미대학체육협회와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미국 프로야구(MLB) 등 스포츠 단체들은 대법원의 판결 전부터 스포츠 도박 합법화에 반대를 표명했다. 이들은 스포츠 도박이 합법화되면 스포츠의 성실성이 훼손되고 승부 조작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스포츠 단체 측과 주 정부의 대립이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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