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가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에 대해 "의심스러운 경영논리를 지녔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대표적인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함께 양대 기관으로 손꼽혀온 이들이 반대를 표한 만큼 대표 자문기관 ISS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계 의안분석 기관 글래스루이스는 현대차그룹 개편안에 대해 '합병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주주들에게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에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경영논리(business logic)에 의문점(questionable)이 크다"며 주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사회가 수익성 있는 사업부문들과 상당량의 현금을 관련성이 부족한 물류업과 합병하려고 한다면서 설득력 없는 근거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 기업은 분할합병의 조건을 정당화하려고 현저하게 부적절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이 개편안은 분명히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당한 가치를 옮겨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래스루이스가 말한 글로비스 주주는 현대차 오너 일가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양대 자문기관 ISS와 글래스루이스 = 글래스루이스는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함께 양대 기관으로 꼽힌다. 이들은 철저하게 주주 이익을 앞세워 주요 기업의 이사회 안건을 분석해 입장을 밝혀왔다. 때문에 이같은 보고서는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 11일 공식 성명에서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계획에 대해 "타당한 사업 논리가 결여됐고 모든 주주에게 공정하지 않은 합병 조건이며, 가치 저평가에 대한 종합 대책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엘리엇에 이어 글래스루이스의 이런 판단은 50%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들의 입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실예로 5월 들어 현대모비스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가 본격화되면서 지분율은 이날 현재 47.72%까지 감소한 상태다.
분할합병 주총이 열리는 29일까지 약 2주의 기일이 남았지만 주요 의안분석 기관은 이번주에 순차적으로 모비스 분할합병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모비스와 관련해 이번주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점쳐지는 ISS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ISS는 글래스루이스와 큰 틀에서 비슷한 의안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오히려 서로 다른 분석결과를 내놓을 때 뉴스가 되고는 했다. 이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이번 분할합병 주총을 낙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지배구조연구원도 최종 입장 정리 = 국내에서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을 포함한 유력 자문사들이 곧 찬반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이날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에 대한 입장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인 16일 오전에 외부 전문가들과의 위원회 회의를 거쳐 최종적인 권고 의견을 확정한다.
확정안은 자문 계약을 맺은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들 의견은 국민연금공단 등 국내 기관 투자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역시 글래스루이스와 같은 맥락에서 분할합병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국민연금 의안분석 기관이었던 서스틴베스트는 "합병비율 산정 시 존속부문 가치가 과대평가되고 분할부문은 과소평가돼있어 주주에게 부정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참여연대 금융경제센터도 "현대차그룹이 존속모비스와 합병(분할)모비스가 동일한 기준으로 가치를 추산하지 않았다"며 "현대모비스가 별도의 외구 감사기관 또는 평가기관을 통해 분할법인 재무정보에 대해 재평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분할합병이 성사되려면 의결권 있는 주식을 든 주주가 3분의 1 이상 참석하고, 참석 지분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우호 지분은 정몽구 현대차 회장 개인 지분(6.96%)을 포함해 기아차(16.88%), 현대제철(5.66%), 현대글로비스(0.67%) 등 총 30.17%다. 이밖에 국민연금이 9.83% 지분을 보유 중이고, 외국인 투자자가 48%를 보유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글래스루이스의 입장발표에 대해 "여러 의견 가운데 하나"라며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부규제를 선제적으로 해소하는 최적의 안이라는 점을 주주들과 지속해서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