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 시티에 휘청거리는 송파권 주택시장

입력 2018-05-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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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세입자 차지하려고 전세가 내리기 경쟁 치열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공급의 위력은 대단하다. 치솟기만 하던 전세 가격을 맥 못 추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서울 송파권 얘기다. 약 1만 가구에 달하는 가락동 헬리오 시티(옛 가락시영 재건축) 아파트가 오는 12월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인·허가 상의 공급 물량이 아니라 실제로 입주 가능한 약 1만 가구의 아파트가 쏟아져 나온다.

이미 위례 신도시를 비롯해 주변에 신규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 수요와 공급, 이른바 수급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엄청난 물량이 출하될 판이 어서 일대 전세시장은 벌써부터 휘청거리는 분위기다

헬리오 시티는 아직 입주가 7개월이나 남아 있는데도 세입자를 찾는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면서 가격 내리기 경쟁이 벌어진다. 서로 가격을 올리던 몇 개월 전의 양상과 정 완전 딴 판이다.

같은 평형인데도 전세가격이 무려 3억 원 정도 벌어지기도 한다. 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전세 물건 가운데 전용면적 84㎡ 형의 경우 최고 10억 원에 나온 매물이 있는가 하면 어떤 물건은 7억 원에 세입자를 찾는 중이다. 위치나 환경 차이 때문이 아니다. 물량이 너무 많아 가격을 낮춰서라도 임대인을 구해 놓으려는 심사다. 다른 평형도 마찬가지다. 가격이 들쑥날쑥해 시세를 가늠하기 어렵다.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른다. 시장 상황이 자꾸 악화되면 하락 곡선은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장세는 주변 지역 전세 가격까지 끌어내리는 양상이다. 가락동 일대 기존 아파트 전세가는 5000만~1억 원가량 떨어졌다. 송파권에서 가장 비싼 잠실 재건축 새 단지들도 힘이 빠졌다.

잠실 엘스 전용 84㎡의 경우 9억 원에서 8억~7억 5000만 원으로 추락했다. 기존 세입자들이 인근에 있는 값싼 새 아파트로 빠져나가고 있어서 그렇다. 기존 세입자가 이탈하면 신규 임대인 찾기가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송파 중심권이라는 자존심을 내세울 입장이 못 된다. 가격을 내려서라도 세입자를 구해야 할 처지라는 얘기다.

매매 시장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헬리오 시티는 전세가와 함께 매매가도 끌어내리는 상황이다. 시세보다 1억 원 이상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입주 날짜가 가까워지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 같다. 실제 입주하는 수요자보다 세를 놓는 투자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택 경기마저 위축 국면으로 치닫고 있어 사정이 급한 사람은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싼값에라도 집을 처분해야 하는 수요도 적지 않은 듯하다.

대단지 헬리오 시티가 이런 입장이면 주변 아파트 단지도 파장이 클 게 뻔하다. 수요가 이탈해 가격 하락 현상이 벌어진다는 소리다.

더욱이 헬리오 시티는 수요가 많은 전용 84㎡ 이하 규모가 6585가구나 된다. 61~72㎡ 타입의 소형도 700 가구가 넘는다. 잠실 중심권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 임대 수요와 겹친다. 소형이 몰려있는 문정·장지동 일대 주거용 오피스텔 시장도 온전할 수가 없다.

헬리오 시티는 전세·매매 시장 안정화에 공이 큰 셈이다.

하지만 급격한 가격 하락은 부작용도 수반한다. 전세금을 제때 반환하지 못하는 일에서부터 가계 부실 등말이다. 파장이 확대되면 금융권도 손실을 피하기 어렵다. 대출 사고가 잇따라 경영 악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말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구입한 갭 투자자는 큰 고초를 당할 수밖에 없다. 전세 가격이 떨어지고 게다가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다.

서울 강남권 사정도 이럴진대 동탄 2·다산·배곧 신도시와 같은 외곽지역은 오죽하겠는가.

헬리오 시티는 매물이 어느 정도 소화가 되면 제 자리를 찾겠지만 수요가 빈약한 위성도시는 냉각기가 오래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 수급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주택 인ㆍ허가해줘서 벌어진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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