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에르도안 말 한마디에 급락…신흥국 통화불안 부채질

입력 2018-05-16 08:05 수정 2018-05-1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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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중앙은행, 대통령의 신호 무시 못 한다”…리라화 가치, 3개월간 15% 하락하며 사상 최저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신흥국 통화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에르도안은 “대통령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끼친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독립성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의 신호를 무시하지는 못한다”며 오는 6월 24일 조기 대선과 총선에서 승리하면 통화정책에 더 많이 개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사람들이 통화정책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라며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발언이 대통령 입에서 나오자 미국 달러화 당 리라화 가치는 4.47리라(약 1084원)까지 하락해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리라화는 지난 3개월 동안 달러화 대비 15% 하락했다. 터키 대표 증시인 BIST100지수도 이날 전일 대비 1.7% 하락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도 내려간다”며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에 속도를 내지 않도록 압력을 가했다. 에르도안은 “문제는 간단하다”며 “금리를 내리는 순간 비용 압력도 낮아지고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다음 달 24일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 간 선심 공약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다이트마르 호르넝 애널리스트는 “통화 정책의 중앙 집권화에 주목하고 있다”며 “터키의 상황에 관해 무디스는 다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DM인베스터서비시스인터내셔널의 마크 오스트올드 애널리스트는 “에르도안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완전히 훼손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FXM의 자밀 아흐마드 애널리스트는 “터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이미 낮은 수준”이라며 “만약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면 리라화는 올여름 달러화 대비 5리라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의 견실한 회복을 배경으로 최근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대로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같은 신흥국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떨어지는 추세다. 이들 나라는 불안한 성장과 높은 부채 비율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최근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IMF는 오는 18일 비공식 이사회를 열어 아르헨티나의 긴급 금융지원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14일 하루 동안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달러 대비 7% 이상 급락했다.

이날 브라질 헤알화는 전일 대비 약 2%,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2.5%, 러시아 루블화는 1.4% 각각 떨어졌다. JP모건체이스의 신흥시장통화지수(EMCI)는 1.4% 하락한 뒤 소폭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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