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이란 혼란·베네수엘라 경제 붕괴로 4년 만에 80달러 돌파

입력 2018-05-18 08:22 수정 2018-05-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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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VSA 자산 압류 등으로 원유 공급 차질…토탈이 이란 사업 철수 발표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 증폭

국제유가가 4년 만에 장중 80달러를 돌파했다. 이란 제재가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와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이 유가 상승을 주도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과 비슷한 배럴당 71.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7월물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0.1%(2센트) 오른 79.30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 부활이 커지면서 상승한 국제유가가 막판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시장이 막판 안정을 되찾았지만 이날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80.5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에너지애스팩츠의 리처드 몰린슨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격 상승을 떠받치고 있다”며 “여기에 실질적인 공급 손실도 중요한 재료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 국가인 베네수엘라가 심각한 경제난에 허덕이면서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국영 베네수엘라석유공사(PDVSA)는 미국의 원유 회사인 코노코필립스로부터 자산을 압류당했다. 이는 국제중재재판소(ICC)가 지난달 PDVSA를 향해 코노코필립스에 20억4000만달러(약 2조2052억4000만 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결과다. 자산을 압류당한 PDVSA는 수출길도 막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베네수엘라의 노후한 유전에서 생산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저임금과 안전 문제 때문에 PDVSA를 떠나는 직원들도 속출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 식량부족, 인프라 붕괴 등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한 베네수엘라는 오는 20일 대선을 치른다. 현 경제위기를 초래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심판할 기회이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은 기정사실화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마두로의 지지율은 47%로 대선 후보 중 가장 높았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은 마두로가 강행하는 이번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선 이후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 수위가 더 높아져 경제난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란 원유 산업에 먹구름이 낀 것도 공급 불안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파기를 꺼내기 전까지 투자자들은 서구의 투자를 발판 삼아 산유국들의 노후한 인프라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협정 파기 선언으로 인해 프랑스 최대 정유 그룹 토탈이 이란에서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히면서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다. 토탈은 전날 “오는 11월 4일 이전에 이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과 관련한 모든 사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IEA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관측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라면서도 “다른 수출업자들은 이란이 원유 생산과 수출을 줄일 때 이를 상쇄할 만큼 공급량을 늘릴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몰린슨 애널리스트는 “유가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시장은 현재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인 가격 상승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판가름할 재료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포함한 산유국들의 감산 종료 시기다. 산유국들은 작년 11월 감산 시한을 올해 말까지로 두고 세계 공급량의 2%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OPEC은 감산 시한을 내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PBC캐피탈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애널리스트는 “모든 투자자들은 감산에 참여한 국가들이 언제 감산을 종료할지 그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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