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경제위기 수준의 '고용쇼크'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12만3000명에 그쳤다. 2008~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취업자 수 증가가 3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머물렀다. 특히 청년들이 느끼는 ‘취업난’은 더 절박하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3%를 웃도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전체 실업률보다 청년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서울 및 광역시별 청년 고용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실업률은 4.3%로 2012년 이후 4% 전후를 유지한 반면 청년 실업률은 2012년 8% 수준에서 올해 10%대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체 실업률과 청년 실업률 간 격차는 6%포인트 수준으로 확대됐다.
◇청년 실업률 지역별 온도 차 … 서울·부산 청년 고용 악화 = 이처럼 청년 실업률이 악화되는 가운데 지역별로도 차이가 커 지역별 청년 고용시장을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대구의 청년 실업률은 14.4%, 대전은 11.5%로 전국 청년실업률(10.0%) 보다 높았고, 울산은 6.1%로 낮아 큰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기준 주요 도시별 청년 실업률 현황을 살펴보면 대구, 부산, 인천, 서울이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전체 실업률 수준과 대체로 비례했다. 청년 고용률은 광주, 대구, 대전, 부산, 울산 등에서 낮게 나타났고, 전체 고용률 수준과 비례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역별 편차가 있었다.
주요 대도시 중 대구의 청년 고용이 가장 두드러지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고, 서울과 부산 지역 등도 청년 고용이 악화됐다. 2012~2017년간 대구는 4%포인트 가까이 청년 실업률이 증가했고, 부산은 3%포인트 수준, 서울은 2%포인트가량 올랐다. 이 기간 동안 전국 청년 실업률은 2%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특히 대구의 경우 같은 기간 청년 고용률이 2%포인트 이상 하락해 청년층 고용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 및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청년 고용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 생산 증가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대비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높았던 광주, 대전 등의 경우 청년 고용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제조업 기업경기가 양호한 지역에서도 청년에 대한 고용 사정은 나아졌다. 지난해 전국 평균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0포인트로 비교적 개선 폭이 컸던 인천, 대전 등의 청년 고용 환경도 좋아졌다. 반면 최근 구조조정 이슈 등으로 BSI가 크게 악화된 부산, 대구, 울산 등은 전체 고용뿐만 아니라 청년 고용에도 악영향을 받았다.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전체 고용환경이 악화되고 청년층의 실업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청년층 경제활동 참가율 3%↑… 노동시장 내 경쟁 강도 상승 = 주요 대도시의 청년 경제활동 참가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한 것도 청년층의 노동시장 내 경쟁 강도를 상승시켜 실업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2017년 전체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는 2%포인트에 못 미치는 반면,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포인트 이상 올랐다. 특히 부산, 울산 등은 5%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서울처럼 일자리가 풍부한 지역은 외부 청년층 인구가 대규모로 유입돼 오히려 청년 고용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또 구인과 구직으로 결정되는 구인배율은 대부분 지역에서 모두 하락했다. 2013년 대비 2017년 광주를 제외한 모든 대도시에서 구인 배수가 하락했다. 구인 인원은 서울, 대구, 대전, 울산 등 지역에서 줄어들었으나 구직 건수는 전국적으로 상승한 탓이다. 특히 대구, 울산 등 구조조정이 진행된 곳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구자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 고용 문제의 상당 부분이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이중구조 완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기업이 대기업·중소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 해소에 주력해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청년층의 노동시장 조기 진입을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강화, 근로조건 개선 등을 통해 전반적인 일자리의 질을 개선해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금 격차 등으로 인한 중소기업 기피 현상 완화를 위해 중소기업은 우리사주, 스톡옵션 등의 보상시스템을 마련,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 유인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더불어 정부는 일자리의 직접 창출보다는 일자리 매칭 서비스의 실효성을 강화해 구직자와 구직자 간 미스매칭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거시경제, 산업구조, 청년 고용 시장의 수급 상황이 다르므로 이를 면밀히 파악하기 위한 지역별 모니터링 강화 및 일자리 통계 확보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지역의 안정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내 청년 고용 개선을 바탕으로 청년층의 정착을 유도해 지역 인구 유출을 방지하고 미래 산업동력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황이 양호한 제조업에서는 투자, 혁신활동 확대를 통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통적으로 고용 창출력이 높은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제고를 바탕으로 한 청년 일자리 창출이 이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저임금 인상 등 정책적 요인 맞물려 '취업시장 전망 어두워' = 보고서는 일자리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도 전환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학력 중시, 학력 차로 인한 임금, 승진 기회 격차 등이 해소돼야 고용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은 직무 역량과 관계없는 과도한 취업스펙 경쟁을 지양해야 하고, 중소기업의 경우 구직자가 원하는 정보를 공개해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고 선택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민간 연구소의 분석과 더불어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을 30만 명에서 26만 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 성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적 요인이 맞물려 취업시장 전망은 더 어두워질 거란 예상이다. 제조업의 경우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 본격화로 지난달 취업자가 6만8000명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은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는 지난달 8만8000명 줄어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부정적인 시장 환경에서 기업들이 채용 확대에 미온적인 가운데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민간 부문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취업절벽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융권은 대규모 채용에 나섰다. 특히 은행권은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확대해 2800명 이상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청년 일자리 확대에 기여하면서, 지난해 말 은행권 채용비리로 얼룩진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KB금융은 올해 채용 규모를 1000명으로 확대하고 5년간 총 45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은행 600명, 증권 110명, 손보 50명, 카드 55명, 기타 계열사 185명 등의 인력을 확충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보다 26%가량 늘어난 75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3월부터 일반직 200명에 대한 채용을 진행 중이고, 7월 개인금융서비스 직군 25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10월에 마저 인원을 확충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또 신한은행은 총 300여 명의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에 돌입했다. 이번 채용부터는 해당 점검 절차를 통과해야 다음 전형으로 채용 과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전형 단계별로 부합성 검토(Compliance Review) 절차를 신설해 투명성을 강화했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해 채용 규모를 넘어서는 인재를 선발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채용을 진행하지 않은 KEB하나은행은 하반기에 지난해보다 규모를 늘려 250명 이상 인력 확충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