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중앙회 배당금 500억 수준…캐시카우 자리매김 '역부족'

입력 2018-05-18 10:47 수정 2018-05-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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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빅배스' 처리 여파 배당금 '0'…은행 등 계열사 배당금 추정치 기대 못미쳐

농협금융지주의 사상 최대 실적에도 농협중앙회의 수익금으로 쓰이는 배당금 규모는 기대에 못 미칠 전망이다.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의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도 ‘범농협 수익센터’를 제1전략으로 꼽았다. 그러나 축소된 농협금융 배당금은 중앙회 수익사업은 고사하고, 당장 농업금융채권(농금채) 이자 충당에도 턱 없이 모자를 것이란 분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올해 은행, 증권, 자산운용, 캐피탈 등 계열사로부터 2097억 원을 배당받았다. 금융지주는 이를 바탕으로 2019년 농협중앙회에 재배당하게 되는데, 농협금융 내부 사정을 종합하면 배당금 추정치는 500억 원 대로 잠정 집계된다. 지난해 은행, 증권 등이 각각 6521억 원, 3501억 원의 역대 최고 실적을 냈음에도 중앙회로 돌아가는 배당금 금액 규모와 용처를 따져봤을 때, 금융지주가 범농협 수익센터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주-중앙회간, '배당-재배당 구조'…농혐금융, 중앙회 유일한 캐시카우 = 금융지주는 수익금(계열사 배당금)에서 결손 유보금과 지출(연간 비용)을 제외한 비용을 단일 주주인 농협중앙회에 배당한다. 농협은 지주가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이 지주 재무제표에 반영되고 다시 농협중앙회에 배당하는 단계까지 올라오는 '지주-중앙회간 배당-재배당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농협금융 계열사의 수익이나 손실이 농협중앙회 손익에 반영되는 기간은 평균 2년이 걸린다. 2017년 지주 자회사 실적이 2019년 중앙회 수익금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김광수 회장은 지난달 말 취임 일성으로 수익성 제고를 강조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농협금융은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농업·농촌을 지원하는 범농협 수익센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자회사 현장경영을 통해 농협금융의 수익성 제고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방안의 일환이다.

김 회장의 포부처럼 농협금융이 범농협 수익센터 역할을 하느냐의 관건은 농협중앙회에 내는 배당금 규모로 결정된다. 농협중앙회가 각 지주로부터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금의 항목은 ‘농업지원사업비’와 ‘배당금’이다. 농협중앙회는 이 재원으로 교육지원사업과 농업경제사업을 지원한다.

동시에 농금채 이자 비용과 채권 소각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농금채는 2012년 금융지주 계열사를 중앙회에서 독립시키는 신경 분리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농협중앙회가 발행한 채권이다. 정부의 농금채 이자보전 지원이 지난해 만료되면서 농협중앙회는 이자 약 1700억 원을 감당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수익금 중 규모가 4000억 원대에 달하는 농업지원사업비는 ‘산지유통 활성화 등 회원과 조합원에 대한 지원 및 지도 사업의 수행에 필요한 재원’으로 쓸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배당금으로 농금채 이자를 지급하는 한편, 만기가 돌아오는 농금채 소각도 진행해야 한다.

◇지난해 배당금 '제로'…올해 500억 수준 '배당금 확대 압박' = 농협금융지주는 2016년 농협은행의 빅배스(대규모 손실처리) 여파로 올해 중앙회에 배당금을 내지 못했다. 올해도 배당금은 500억 원 대로 추산돼 배당금 확대 압박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회의 자회사인 농협경제지주는 협동조합의 성격상 경제사업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점에서 금융지주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금융의 주요 자회사인 생명과 손해보험이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2016년부터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올해 금융지주 자회사의 배당성향은 은행 30%, 증권 42%, 자산운용 96.1, 캐피탈 30%을 보였다.

중앙회 수익사업을 위해서는 금융지주와 중앙회간 서로 다른 시각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배당은 주주 입장에서 중앙회가 투자한만큼 받아야하지만 은행 자본규제 상황에서 자본 대여가 필요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자회사 수익성 개선과 중앙회와의 이해관계 조율은 김 회장 임기 동안 금융지주가 담담해야 할 캐시카우 역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앙회 관계자는 “지주 측에서는 자본 확충이 필요해 배당금을 높게 책정하지 못한다는 등 여러 이유를 제시한다”며 “지난해 수익이 은행이나 증권을 중심으로 괜찮은 수준이라 올해 배당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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