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CNN머니에 따르면 21세기폭스 산하 폭스네크워크그룹(FNG)이 중간 광고 시간을 1분 또는 2분 30초로 단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FNG는 “오는 20일 밤부터 일부 프로그램에서 이 같은 시스템이 적용된다”며 대표적으로 “‘심슨 가족’ 프로그램의 광고 시간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컴캐스트 산하 NBC도 지난 3월 비슷한 계획을 내놨다. 오는 가을부터 프라임시간에 할당된 광고 수를 줄여 전체 광고 시간을 10% 줄인다는 방침이다. NBC는 광고 수를 줄이는 대신 광고 단가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노스웨스턴대학의 팀 콜킨스 마케팅 전문 교수는 “NBC가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가격을 올리려는 욕망이 작용했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광고 시간이 전체적으로 줄면 시청자도 좋아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윈윈(win-win)’인 셈”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타임워너의 엔터테인먼트 채널 트루티비와 TNT 방송사도 광고 시간을 줄이겠다는 발표를 했다.
방송사들이 일제히 광고 시간 줄이기에 나선 데는 광고 시장이 TV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 탓이다. 기존 유선 케이블·위성TV 가입을 해지하는 코드커팅 현상이 그 배경이다. 코드커팅은 유료 방송 케이블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넷플릭스와 같은 인터넷 플랫폼으로 갈아타는 것을 뜻한다. 마케팅조사기업 IPG미디어브랜드 산하 조사기관인 마그나는 TV 광고 분야의 배출이 향후 수년에 걸쳐 2~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올해 온라인 광고 매출은 TV 광고 매출을 능가할 예정이다. 마그나는 올해 디지털 광고 매출이 2370억 달러(약 255조4860억 원), TV 광고 매출이 183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콜킨스 교수는 “젊은 시청자들은 TV를 버리고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갈아타고 있다”며 “거대 방송사들은 이러한 문제에 압력을 느끼고 있고, 광고 시간 줄이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다”라고 분석했다. 피보탈리서치그룹의 브라이언 비저 선임 애널리스트는 “코드커팅은 업계 내 큰 문제이며 현재까지 묘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누구라도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그는 “광고를 줄이는 것에 관한 논의는 필요하다”며 “성공적인 사례가 한두 개 탄생하면 추세는 그쪽으로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TV 광고에 여전히 수요가 있다고 믿는 방송사도 있다. 지난 16일 CBS의 조 앤 로스 회장 겸 광고 총 책임자는 NBC와 폭스의 결단을 비꼬았다. 그는 “우리는 광고가 TV 사업을 망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광고주들은 거대 방송사에 충분히 몰려들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TV 광고가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범위가 넓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일리노이 주립대학의 존 위츠 마케팅 조교수도 NBC나 폭스처럼 광고 수를 줄여 시청자들은 끌어들인다는 전략에 회의를 표했다. 그는 “광고가 길어서 시청자들이 코드커팅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TV 광고는 여전히 그 어떤 매체보다 도달률이 높다”며 “TV 광고에 도달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디지털 미디어 광고에도 도달하기 힘든 부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