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대학 축제, 술 없다고 즐겁지 않을까

입력 2018-05-21 10:00 수정 2018-05-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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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차장

5월 대학가에는 축제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 축제는 대학문화를 대표하는 행사이자, 많은 학생들에게 추억의 한 페이지를 선사한다.

하지만 요즘 대학가 축제 분위기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문화에서 술 없는 축제 문화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최근 국세청과 교육부가 학생들이 술을 팔지 않도록 해달라고 각 대학에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 달 25일 교육부에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 공문을 발송, 대학생들이 대학축제기간 동안 주점을 운영하다가 주세법을 위반해 벌금처분을 받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교육부는 국세청의 요청에 따라 전국에 있는 각 대학에 불법인 노상주점 운영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현재 대학교 내 노상주점은 현행법상 불법으로, 주류판매업 면허를 받지 않고 주류를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다만 국세청은 주방시설 등 제대로 된 설비를 갖춰놓은 학생회관 등의 건물 내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자체에 영업신고만 한다면 문제 삼지 않을 방침이다.

이를 두고 일부 대학생들은 오래 전 부터 이어진 축제 주점 문화를 갑자기 금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불만을 성토하고 있다.

반면 술 없는 대학 축제 문화를 반기는 이들은 ‘축제 = 술’이라는 공식이 성립해야만 축제다운 축제가 되는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술로 인해 파생되는 일련의 사고·사건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이미 오래 전부터 술 없는 대학 축제를 이어오고 있고, 여느 축제 못지 않게 보람있는 축제를 즐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경인여자대학교와 선문대학교다. 경인여대는 바른 축제문화 선도를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술 없는 대학 축제’를 열고 있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다양한 먹거리와 각종 문화 행사를 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선문대는 최근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행복한 동행’이라는 주제로 대학 축제를 열었다. 축제기간 중 학과나 동아리 주점 등을 없애고, 지역과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과 볼거리 등을 제공했다.

이들 대학 외에도 계명대와 경일대 등 일부 대학이 ‘술을 판매하지 않는 축제’ 문화에 동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대학 축제에서 술 판매 금지와 관련한 찬반 논쟁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하지만, 단언컨대 노상주점을 운영하고, 술을 마셔야만 대학 축제가 반드시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위법을 행하면서까지 술을 마시는 것은 지성인(知性人)의 자세라고 볼 수 없다.

돌아보면 대학가에서 발생한 폭행과 성희롱, 음주운전 등 일련의 일탈행위는 대부분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이제 더는 대학가에서 이 같은 일들이 매스컴에 오르 내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대학은 말 그대로 최고의 지성인이 모인 곳이다. 건전한 음주 문화 선도에 관해 정부는 대안을 제시할 뿐이고 이를 실행하는 것은 지성인, 바로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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