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미국 진출을 본격화한다.
GC녹십자는 미국 신규 법인 '큐레보(CUREVO)'를 설립하고 차세대 백신 개발에 나선다고 21일 밝혔다.
큐레보는 올해 하반기에 GC녹십자와 목암생명과학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한 대상포진백신 'CRV-101'(GC녹십자 프로젝트명: MG1120)의 미국 현지 임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신규 법인 큐레보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GC녹십자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큐레보의 지분 81.4%를 보유하고 있다.
그간 필수 기초 백신 분야에 주력해 온 GC녹십자가 대상포진 백신과 같은 성인 대상의 고가(高價)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측은 다국적제약사를 비롯한 기존 제품 보다 한 세대 진일보한 기술적 경쟁력을 가진 차세대 대상포진 백신을 개발한다는 복안이다. 기존 백신과 유사해 가격으로만 승부해야 하는 후발 제품으로는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상용화까지의 기간을 고려해 동급이 아닌 '동종 최고(Best-In-Class)' 제품 개발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 백신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특히 8억 달러 규모의 대상포진백신 글로벌 시장은 10년 내 지금의 2배 가량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GC녹십자가 백신 신제품을 국내에서 개발하지 않고 현지 법인까지 세워 미국으로 직행하는 길을 택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전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기준을 적용해 의약품 허가를 내주는 국가일 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백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미국은 반드시 넘어야 할 큰 산"이라며 "거대 다국적제약사들과 같이 미국에서의 허가를 기반으로 그 밖의 시장으로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큐레보는 당분간 차세대 대상포진백신 임상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과제 총괄은 세계적인 감염병 분야 석학이자 북미에서 대규모 임상을 이끈 경험이 풍부한 IDRI의 코리 캐스퍼(Corey Casper) 박사가 맡았다.
큐레보는 미국에 기반을 둔 회사인 만큼 필요한 자원을 현지에서 결합하는 형태를 취할 예정이다. 또 별도 법인 형태로 세워졌기 때문에 앞으로 외부와의 협력이나 투자 유치 등도 개별적으로 나서게 된다. 회사 측은 이미 미국 감염병 전문 연구기관인 이드리(IDRI: Infectious Disease Research Institute)와 기술적, 인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글로벌 무대에서의 성공 여부는 비즈니스의 전략적 접근 방향에서부터 판가름이 난다"며 "이번에 발표한 신규 법인 설립과 개발 과제는 장기적인 성장 동력 확보 차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