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미국’, 트럼프 감세에 자사주 매입 사상 최대

1분기 S&P500 기업 자사주 매입 193조 달해…세제개편 목표인 일자리 투자는 늘지 않아 정치적 압박 커질 듯

미국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에 힘입어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1분기 자사주 매입이 최대 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세제개편의 이익이 고용 창출을 위한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CNN머니는 올해 1분기 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최소 1780억 달러(약 192조5960억 원)로 사상 최대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34% 급증한 것이다. 이전 기록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의 1720억 달러다.

하워드 실버블라트 S&P다우존스지수 수석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애플은 단일 기업 중 역대 최대인 228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또 애플은 지난 1일 앞으로 10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가로 시행할 것이라 밝혔다. 기업은 주식 매수 수요를 만들면서 주당 순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자사주 매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단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를 감면한 덕분이다.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이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세제개편을 했다. 법인세율은 35%에서 21%로 낮아졌으며 기업이 해외에 있는 돈을 본국으로 들여올 때 부과되는 세금 부담이 대폭 줄었다. 미국 경제 회복세로 기업의 이익도 증가했다. 이에 ‘자사주 매입 대박’이 발생했다. 실버블라트 애널리스트는 “배당금 증가와 자사주 매입으로 인해 지난 12개월간 S&P500 기업 주주들의 이익이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세금 감면으로 550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상여금을 받거나 세금 인상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세제개편의 목표인 기업의 투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분기 실질 비주택 고정투자는 6.1% 증가했다. 이는 견고한 성장세를 나타내는 신호이지만 지난 몇 분기 동안 변동이 거의 없었으며 지난해 4분기에는 소폭 감소했다. CNN머니는 기업들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을 높일 장비와 공장 및 기타 투자를 늘리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오랫동안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면서 세금 감면으로 인한 초기 이익이 ‘월가’로만 향하는 것이 놀랍지 않다고 지적한다. 앨런 아우어바흐 UC버클리대 교수는 “기업에 현금이 충분하다면 세금 감면이 투자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새로운 공장과 설비를 통해 미래에 투자하는 대신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방대한 현금을 반환하는 데 중점을 둔 기업에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이어 장래성을 고려하면 자사주 매입 ‘열풍’이 일시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기업에 생산적인 투자기회가 부족할 때만 자사주 매입이 자본의 적절한 사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루스 매케인 키프라이빗뱅크 투자전략가는 “자사주 매입에 중점을 둔 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들만 이익을 얻는다면서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을 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태미 볼드윈 민주당 상원 의원은 공개시장에서 자사주 매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3월 발의했다. 코스틴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자사주 매입에 정치적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