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금유용ㆍ폭언ㆍ부당지시' 하나금융투자 임원 '갑질논란'

입력 2018-05-23 11:06 수정 2018-05-2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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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임원, 회사 공급으로 주류 구매…휴가신청에 인사 불이익 예고

▲이투데이가 입수한 2015년 10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하나금융투자 A전무의 부당지시·갑질·공금유용·폭언 등의 사례를 적시한 직원들의 투서 일부.
▲이투데이가 입수한 2015년 10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하나금융투자 A전무의 부당지시·갑질·공금유용·폭언 등의 사례를 적시한 직원들의 투서 일부.

하나금융투자 고위 임원이 직원들에게 폭언과 사적인 지시를 일삼는 등 이른바 ‘갑질’을 행한 정황이 공개됐다. 사측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이미 파악한 후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이투데이가 입수한 ‘하나금융투자 A전무의 문제점’ 문건에는 A4용지 7장에 걸쳐 A전무의 부당한 지시와 폭언 내용, 공금유용 등의 정황이 날짜와 당사자까지 구체적으로 담겼다. 2015년 10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A전무가 특정 인물이 아닌 소속 부문 내 전체 직원은 물론 운전기사에게 행한 갑질 정황까지 포함됐다.

문건에서는 A전무가 본인이 재학 중인 부동산대학원 시험과 과제를 수차례 직원에게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연금펀드 관리나 또는 부동산·GTX라인 갭투자 관련 조사, 개인 세무관련 업무 등을 지시하고 연금플랜 갱신을 위한 포트폴리오 작성까지 맡겼다고 밝혔다.

폭언·공포 분위기 조성과 관련된 기록도 상세히 언급됐다. A전무는 지난해 설 명절 이후 “연휴에 누가 휴가를 가는지 똑똑히 보겠다”며 “금요일이나 연휴에 휴가 쓰는 사람이 잘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암묵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예고했다. 또한 일부 승진한 직원에 대해 “이기적인 XX들”이라고 욕설과 함께 고함을 친 정황도 기록됐다.

여기에 A전무는 본부 영업업무 지원비를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해 1월과 4월 두레시닝(하나금융 용역자회사)에서 수십만 원어치 주류를 회사 공금으로 구입하고 사용내역을 처리토록 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운행 중인 운전기사에게 뒷자석에서 휴대전화 메시지로 행선지 변경을 알리고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폭언과 비난을 했다는 추가 증언도 공개됐다. 휴가자나 퇴근한 직원을 회사로 불러놓고 별다른 업무를 시키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을 정수기 옆에서 2시간가량 서있게 하는 식의 부당한 벌주기 행태도 지적됐다.

특히 하나금융투자는 이러한 고발 내용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된 조사나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A전무를 승진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금융투자 노조 관계자는 “과거 전ㆍ현직 최고경영진과 면담 과정에서 A전무의 갑질로 고통을 호소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전달했으나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며 “오히려 A전무가 승진해 피해 직원들의 충격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이번 투서는 사내 노동조합의 주도가 아닌 직원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형 금융투자회사 내에서도 투자본부 등의 부서는 상대적으로 계약직이 많아 노조의 지원을 받기 어렵고 직원 간 결속을 다진 사례도 흔치 않기 때문이다.

A전무의 갑질과 비위에 대한 지적은 업무영역에 대한 불신으로도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금융투자 내부의 한 직원은 “과거 미들오피스에서 A전무가 직접 투자에 제동을 걸었던 건들 중 일부를 현재 보직에서는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투데이는 이번 투서와 관련해 A전무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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