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첫 공판서 "檢, 무리한 기소다...공소사실 충격적ㆍ모욕적"

입력 2018-05-2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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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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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 원대 뇌물수수 및 350억 원대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23일 첫 공판에 출석해 "무리한 검찰 기소"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417호 대법정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감색 정장에 흰색 셔츠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법원은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만큼 국민의 알 권리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재판 시작 전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 출석하는 모습을 촬영하도록 허락했다. 이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앉자 법정 내 카메라 기자들은 퇴정했다. 줄곧 정면만 응시하던 이 전 대통령은 방청석으로 고개를 돌려 이 모습을 지켜봤다.

재판이 시작되고 피고인의 성명, 연령, 주거, 직업 등을 묻는 인정신문이 진행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직업을 묻는 말에 "무직"이라고 답했다.

이후 검찰이 공소사실을 설명했고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에 부인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공소사실을 보면 검찰 자신도 속으로 인정할 거다. 무리하게 기소됐다"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해 온 의견서를 12분 동안 읽었다. 중간에 서너 차례 기침을 하거나 몸을 돌려 물을 마시는 등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먼저 "변호인들은 (검찰이 증거로 신청한 증인들)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증거 부동의하고 증인들을 재판에 출석시켜 진위를 다퉈야 한다고 했지만 증인 대부분은 전대미문의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저와 밤낮 없이 일한 사람들"이라며 "어떤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사유가 있을 것이고 법정에 불러 추궁하는 건 본인이나 가족에게 불이익이 될 것"이라며 검찰 측 증거에 전부 동의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기업에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취임 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인들과 수없이 회의했어도 개별 사안을 가지고 단독으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 유치에 세 번째 도전하기로 결정한 후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강력히 요구받았다"며 "정치적 위험이 있었지만 국익을 위해 삼성 회장이 아닌 IOC 위원의 사면을 결정한 것인데 사면을 대가로 삼성에 뇌물을 건네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적이고 모욕적"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고개를 들고 검찰을 응시했다.

이후 검찰은 공소사실 입증 계획을 밝혔고 변호인은 변론 방향을 설명했다. 이날 변호인은 "김백준 전 비서관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진술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김 전 비서관의 진료기록서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이 출소 이후 바로 입원하기는 했지만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라며 "의사능력에 문제없다고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 사람이 어떻게 해서 그런 진술을 했는지 궁금하지만 보호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진료기록 관련해 논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무엇 때문에 억지로 나를 엮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이 전 대통령의 큰딸 주연, 둘째 딸 승연, 막내딸 수연씨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 공판을 지켜봤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1994년 1월~2006년 3월까지 다스에 분식회계를 저질러 총 339억 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경리직원 조모 씨가 빼돌린 회삿돈 120억 원을 몰래 회수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31억 원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다스의 BBK 투자금 140억 원 반환 소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다스의 소송 비용 585만 달러(약 67억 700만 원)를 삼성그룹에 대신 납부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과 대통령 재직 시절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성동조선해양(22억5000만 원) △대보그룹(5억 원) △ABC상사(2억 원) △김소남 전 의원(4억 원) △지광 스님(3억 원) 등에게 공직 임명이나 사업 지원 등을 명목으로 뇌물을 건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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