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기본형 쿼터를 보유한 업체들이 미소진 예상 물량에 대한 쿼터 반납 여부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올해 철강협회로부터 배정받은 물량을 꽉 채워 수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하루라도 빨리 미소진 물량을 반납하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24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쿼터를 반납한 업체는 반납 물량을 내년으로 이월해 배정받는다. 다만, 반납 시기에 따라 내년 배정 물량은 조정된다. 예컨대 6월에 쿼터를 반납한 업체는 반납 물량의 100%를 내년에 배정받을 수 있고, 7월에 반납한 업체는 90%, 8월에 반납한 업체는 80%만 받을 수 있다. A업체가 하나의 철강 품목을 6월에 100톤 반납했다면 내년 100톤을 모두 배정받을 수 있지만, 7월에 반납하면 90톤밖에 배정받을 수 없는 셈이다. 철강협회는 업체가 기본형 쿼터를 반납할 경우 반납분의 20%는 개방형 쿼터로 이전해 신규 및 소규모 수출업체를 배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철강 업체들의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시장 상황과 수요를 면밀하게 파악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되면 과감하게 쿼터를 포기해야 하는 ‘용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향 철강 수출 쿼터 도입 결정 이후 가장 논란이 많았던 유정용강관의 경우, 쿼터를 반납할 업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에서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수출할 수 있는 절대량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유정용 강관을 포함한 강관의 대미 수출 쿼터는 102만 톤으로 작년 204만 톤 대비 약 절반가량 줄었다. 절반으로 감소한 쿼터와는 달리 현지 시장 상황은 낙관적이다. 원유정보제공업체인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미국 내 원유 채굴 시추기 수는 지난해 5월 877개에서 올해 5월에는 1032개까지 증가했다. 미국 내 석유나 가스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원유 채굴 시추기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 채굴 시추기 수의 증가는 통상 유정용강관의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 등의 경우에는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가격이 관세 인상액보다 더욱 많이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반납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쿼터 자체를 늘리거나 수용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