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생명권 vs 여성 자기결정권' 낙태죄 위헌 여부 열띤 공방

입력 2018-05-24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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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공개변론…9월께 결정할 듯

▲24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헙법소원에 대해 공개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헙법소원에 대해 공개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하지 않은 임신을 했을 때 낙태를 하면 현행법상 처벌을 받는다. 현행법은 태아의 생명권 보호에 더 비중을 두고 낙태를 불법행위로 규정한다. 그러나 낙태는 오랜 기간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 운명결정권을 법으로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것이 반대편의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는 24일 대심판정에서 낙태죄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앞서 의사 A 씨는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69회에 걸쳐 임신부의 요구로 낙태한 혐의(업무상 승낙낙태 등)로 기소됐다. A 씨는 1심 재판 중 형법 269조 1항(자기 낙태죄), 270조 1항(의사 낙태죄)가 여성의 평등권, 자기운명결정권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날 공개변론은 태아를 독립된 생명체로 볼 것인지 아니면 모체(母體)에 의존하는 불완전한 생명체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청구인인 A 씨 측 대리인은 "태아는 생존과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므로 태아가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로서 동등한 수준의 생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낙태죄는 여성의 임신ㆍ출산 여부와 시기 등을 결정할 자유를 제한해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과 임신 초기에 안전한 임신중절 수술을 받지 못하게 해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원치 않는 임신의 유지와 출산에 대한 부담을 여성에게만 부과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낙태죄의 합헌 입장인 법무부 측 대리인은 "태아는 8주만 돼도 중요 장기가 형성되고, 16주가 되면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태아의 독립된 생명권을 강변했다.

헌법재판관들은 양측의 주장을 근거로 질의를 이어갔다.

주심인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낙태죄가 폐지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생명 경시 풍조에 관해 물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독일 등 낙태가 허용된 나라에서 낙태율이 더 낮게 나온다"고 대답했다.

조 재판관은 또 "낙태는 태아가 생명이 될 기회를 영원히 잃게 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라며 "입법자가 낙태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게 부당한지 의문"이라고 질의했다.

이에 청구인 측 대리인은 "임신을 한 여성이 학업과 일을 포기하는 것도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라고 대답했다.

조 재판관은 법무부 측에 "낙태죄가 여성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법무부 측 대리인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모자보건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낙태 시술이 가능하다"며 "낙태를 어느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할 것인지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입법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 내용을 중심으로 심리에 돌입해 오는 9월께 위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헌재는 2012년 8월 낙태죄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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