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콘테 지명자는 세르지오 마테렐라 대통령을 만나 지명 4일 만에 정부 구성권을 반납했다. 그는 오성운동, ‘동맹’과 합의한 내각 명단을 마테렐라 대통령에게 제출했으나 대통령이 재정경제장관 후보를 거부하자 총리 후보에서 사퇴했다.
내각 승인 권한을 가진 마테렐라 대통령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주장해온 파올로 사보나 경제장관 내정자를 임명할 경우 유럽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을 우려했다. 사보나는 산업부 장관을 역임한 경제학자로 이탈리아의 유로존 가입을 ‘역사적 실수’라고 주장해왔다. 사보나는 자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이날 오후 “다양하고 강하고 공정한 유럽을 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조세 인상이나 지출 삭감보다는 경제 성장을 통한 부채 축소를 추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테렐라 대통령은 사보나의 임명을 거부하며 “유로존에 대한 우리 입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식과 기업에 투자한 내외국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면서 “최근 매일 스프레드가 상승하고 있고 이탈리아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이탈리아 시민과 가정의 위험을 예고한다”고 설명했다.
콘테 지명자는 대통령과의 회담 후 “변화의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부여받은 권한을 포기한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대통령의 결정에 반발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식민지가 아니며 우리는 독일인, 프랑스인 또는 스프레드나 금융의 노예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도 “대통령의 선택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진실은 그들이 정부에서 오성운동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나는 매우 화가 나지만 여기에서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3월 4일 총선을 치른 이탈리아는 무정부 상태가 이어진 지 84일째를 기록했다. 이는 전후 이탈리아 사상 최장 기록이다. 1992년 총선 이후 줄리아노 아마토 내각이 출범하기까지 걸린 83일을 넘어섰다. 오성운동과 동맹은 과반 의석을 얻은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연정 구성에 합의해 포퓰리즘 정부 탄생에 다가섰다. 그러나 마테렐라 대통령의 EU 수호 의지를 넘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디 마이오 대표는 “우리는 통치할 준비가 돼 있었으나 ‘아니오’라는 답을 들었다”면서 “이것은 보이지 않는 제도적 충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회에서 마테렐라 대통령을 국가 배반 혐의로 탄핵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마테렐라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했던 경제학자 카를로 코타렐리를 불러들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