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볼턴 보좌관과 아베 정권-동북아의 위험요소

입력 2018-05-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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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이 열릴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어지러울 정도로 빨리 움직이는 남북미 외교전에 일본 변수는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본고에서 생각하기로 한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재팬 패싱(Japan passing)’이라는 말만 나돌고 있었는데, 일본은 나름대로 그들의 국익을 추구하면서 남북한과 미국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왔다. 직접 남북 간 대화나 북미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본이지만, 미국을 통해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행사하는 것을 그들의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일본 변수는 표면상 잘 보이지 않지만,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물밑 외교는 일본이 잘 사용하는 외교 스타일 중 하나다.

일본에는 전국시대(戰國時代)뿐만 아니라 무사들이 일본을 통치한 700년간에 걸쳐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닌자(忍者)’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지만, 각종 정보 수집뿐만이 아니라 요인들의 암살, 적진 파괴 등 매우 민감한 사안을 담당했다. 그러므로 일본 역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당히 많이 이루어졌다. 일본에 있어 공개적인 자리는 사전 준비나 사전 교섭, 물밑 작업 등의 결과물에 불과하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 전인 4월 1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미국으로 달려가 트럼프 대통령과 미일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를 거론해 달라고 요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요구를 수용했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11월 6일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가족들 17명을 면담했다.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은 현재 2개의 대형 스캔들로 지지율 저하가 현저한 아베 총리가 지지율 회복을 위해 사용하는 최대의 카드다. 특히 지난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이었기 때문에 아베 총리는 자신의 스캔들 문제를 덮어 버리기 위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최대한 이용했다. 그런데 평창올림픽 이후 조성된 남북 화해 무드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저하되자 아베 총리는 납치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외교무대에 등장시켰다.

이달 5일 납치 피해자 가족들이 워싱턴에 갔고, 미국 정부 고관과의 면담을 성사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며,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상급부장인 매튜 포틴저는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 일본의 납치 피해자 전원을 구출해야 한다”라며 열의를 갖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북미정상회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일본은 납치 피해자 구출 문제를 최대한으로 이용하고 있다.

4월 17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아베 총리는 아울러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 정책에 동참하기를 천명했다. 이때 미국 측에서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일본 측에서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회의국장 등이 회담에 참여했다.

이후 일본 측은 대북강경파 볼턴 보좌관과 회담을 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5월 4일에도 볼턴 보좌관은 일본의 야치 쇼타로 국장과 면담한 후 “모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그리고 이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포함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를 달성한다는 공동 목표를 서로 확인했다”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일본과 회담을 기진 후 볼턴 보좌관은 북한에도 ‘리비아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에 펜스 미국 부통령도 가세했다. 북한이 이런 미국 측 발언에 발끈했고,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해 한때 그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핵개발을 포기하여 결과적으로 미국에 의해 살해되었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 모델’을 운운하는 것은 일부러 북한의 분노를 사서 북미회담을 좌절시킬 의도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그런 볼턴 보좌관과 일본의 아베 정권이 견해를 공유하면서 움직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고 결과적으로 “미국에 도달하는 ICBM은 배치하지 않는다. 더 이상 핵 실험을 하지 않는다”라는 핵 동결과 추상적인 ‘비핵화 실현 결의 표명’ 정도가 회담의 결론이 된다면 북한이 중거리 핵미사일을 보유하는 것을 미국이 묵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 외무성은 그런 결과가 “일본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하는데, 진정 ‘최악의 시나리오’는 볼턴 보좌관의 원래 주장대로 미국에 의한 북한의 선제공격으로 핵전쟁이 일어나 일본도 북한의 핵미사일의 공격 대상이 되는 사태다.

야치 쇼타로 국장과 호전적인 ‘네오콘’ 강경론자인 볼턴 보좌관의 의견이 일치한다는 것은 오히려 일본에 대해서도 위협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아베 총리가 깨닫지 못한다면 일본 변수는 남북한 평화정착과 북한 핵 폐기에 오히려 큰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위협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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