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 EU 주요국 대형 은행장들은 지난 23일 국제금융협회가 개최한 춘계회의에서 유럽 경제 통합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유럽 은행들은 미국과의 경제 격차가 커지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거대 IT 기업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할 방법으로 금융산업 통합을 내세웠다.
이탈리아의 장 피에르 무스티에 우니크레디트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은 더 많은 범유럽 은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시가총액은 3800억 달러(약 407조9680억 원)에 이르지만, 유럽 최대 은행인 방코산탄데르는 936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의 정치인들은 유럽 내 자본시장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만 노력했다”며 “잘못된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독일의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의 합병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바클레이스가 경쟁자인 스탠다드차타드(SC)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다시 대규모 은행 M&A 바람이 불 것이란 기대를 높였다. 빌 윈터스 SC CEO는 “SC의 미래가 카나리워프(런던 금융 중심지)에 있지는 않다”며 M&A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블록체인 같은 첨단 기술의 등장은 은행들의 수를 줄어들게 할 것”이라며 유럽 내 은행 통합이 확실히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에는 동의했다.
FT는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부 출범이 유로존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정부가 유로존 통합을 늦추거나 반대하며 은행 M&A와 자본 유동성 완화를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레미에르 BNP파리바 CEO는 “유로존과 회원국 내 균형을 맞추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규제를 재조정해야 한다”며 “우리는 분열을 피해야 하지만, 포퓰리즘과 같은 국가적 압력은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