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자급제’ 안착 발목 잡는 직구폰 차별 보증정책

입력 2018-05-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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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업체들, 자급제 프리미엄 단말기 출시하며 시장 커지는데…LG ‘넥서스5X’ 결함인데 직구폰 무상수리 거부…소비자단체 “제조사 중심 보증정책…직구 소비자 보호 대책 필요”

# 회사원 오영민(33) 씨는 해외에서 직구로 구매한 LG전자의 ‘넥서스5X’(LG전자·구글 합작폰)의 결함을 발견하고 LG전자 측에 무상 수리를 요청했다. 해당 결함의 경우 국내와 해외에서 이미 무상 수리를 해주고 있던 터라 문제없이 사후관리(AS)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LG전자는 해외 ‘직구폰’이라는 이유로 무상 수리를 거부했다. 국내 폰과 해외 직구폰의 보증정책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S9, LG전자 G7 등 프리미엄폰이 완전자급제폰으로 출시되면서 자급제폰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 보증정책이 자급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불리하고 제조사에만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삼성과 LG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해외에서 구매한 직구폰에 대한 AS 보증정책을 국내에서 판매한 단말기와 차등 적용하고 있다. 해외 온라인 사이트에서 직구한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구입한 국가 기준의 AS 정책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에서 같은 제품을 무상 보증하고 있더라도 해외에서 산 제품이라면 구입한 국가의 AS 정책에 따라 무상 보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4월부터 전원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는 이른바 ‘무한 부팅’ 문제로 넥서스5X에 대해 무상 수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무한 부팅이 발생한 넥서스5X는 LG전자 서비스센터에서 무상으로 수리할 수 있으며 기간 제한도 없다. 하지만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넥서스5X를 구매한 직구족은 무상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국내 판매용 단말기와 해외에서 구매한 제품의 보증정책이 다르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해외직구의 경우 국내와 같은 조건의 AS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조사 관계자는 “해외 제품은 국내 제품과 다른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국가에서 부품을 공수해야 하는 등 AS 절차가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제조사는 해외 어디에서 제품을 구매하든 관계없이 AS를 받을 수 있는 ‘월드 워런티(품질보증책임)’ 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월드 워런티의 범위가 제한적인 데다 스마트폰은 적용 제품군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 씨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칭하는 국내 기업이 같은 단말기임에도 국내와 해외 직구폰의 보증정책을 차등 적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일본이나 미국 차를 해당 국가 판매업체에서 구매했다고 일본이나 미국에 가서 수리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단말기 자급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직구로 구매하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조사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해외 직구족을 AS의 사각지대에 방치할 경우 자급제 시장이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란 이동통신사는 통신 서비스만, 제조사는 휴대폰만 따로 판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동통신 대리점이 아닌 제조사나 오픈마켓, 가전유통업체 등에서 공기계 형태로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다. 그동안은 일부 구형 모델에 한해 자급제가 시행되면서 부분 자급제에 그쳤다.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최신 스마트폰의 경우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 자급제폰(공기계)으로 구입할 경우 통상 10% 정도 가격이 비쌌다.

현 정부는 복잡한 휴대폰 유통구조 개선과 통신비 인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완전자급제를 강력히 추진했다. 법제화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관계부처와 업계(제조사, 통신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가 4차례 릴레이 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결론이 제대로 나지 않으면서 법적 강제 대신 제조사 재량으로 시행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당시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삼성디지털플라자라는 자체 유통 라인을 통해 재고 밀어내기 등이 가능한데 이러한 판매 수단이 원천 봉쇄당하기 때문에 완전자급제 도입을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정부 정책에 부응해 삼성전자는 올해 3월초 ‘갤럭시S9’으로 이통사용 단말기와 함께 자급제용 단말기(자급제폰)를 내놨다. 가격과 출시 시기 모두 이통사용 단말기와 똑같아 단말기 완전자급제 시대가 열린 것. 갤럭시S9은 출시 두 달 만에 국내에서 100만 대가 팔렸는데 이 가운데 자급제폰은 10% 정도를 차지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단말기를 자급제로 내놓으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제조사가 직구족에 대한 차별 정책을 펼치는 것은 단말기 자급제 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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