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그럴 수도 있겠지

입력 2018-05-3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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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룡 중견기업연합회 회원본부장

한 프랑스 레지스탕스가 독일군에 잡혔다. 다음 날 새벽 기습공격키로 한 행동조가 은거한 장소를 대라는 가혹한 고문이 이어졌다. 동료들의 믿음을 배신할 수 없었던 그는 엉뚱한 지점을 털어놓고서야 잠시나마 고통에서 풀려났다. 독일군들은 지목된 장소로 몰려가 폭탄을 터뜨려 행동조를 몰살했다. 체포당한 동료의 배신을 우려해 옮긴 은거지가 우연하게도 바로 그 ‘엉뚱한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사르트르의 단편 줄거리다.

모르는 것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는 편이 낫다. 무지와 무식을 감추기 위해 내뱉는 말들은 치명적인 오류를 낳기에 위험하다. 겸손이나 오만은 표정은 다르지만, 폭력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차이는 없다. 말과 말이 엉켜 오해를 낳고 마음을 닫고 영혼을 짓누른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을 두고 저마다 다른 목소리가 갈등의 공간에서 소통하지 못한 채 공전한다. 미움을 받을망정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이끄는 기업이 실제로 어렵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스스로를 포기하고 있는데도 상생의 해법을 찾기 위한 소통은 발견되지 않는다. 정책과 현실의 거리는 무한히 확장될 뿐 오늘의 불합리를 끝내려는 지금의 노력은 다시 미뤄지고 있다. 메마른 위로와 배려의 언어는 어느 누구도 살리지 못한다.

만나야 알게 되고 알아야 아낄 수 있다. 아름답다는 말은 안다는 말에서 나왔다. 모르는 얘기만 떠들어서는 소통이 일어나지 않는다. 아끼려면 알아야 하고, 알려면 만나서 진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모르니 묻고,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가슴에 손을 얹어 보면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다. 모른다고 말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어머니는 연애 시절 항상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얘기하시던 선친이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다고 하셨다. 험프리 보가트쯤을 흉내 낸 허세였겠지만, 정답이고 출발점이다. 사회의 어느 층위에서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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