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들이 한 해 5조 원이 넘는 보험료를 남기면서 '모호한 약관'을 근거로 소비자에게 암(癌)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현재 금융감독원이 분쟁조정 중인 암보험금 부지급 문제에 이 같은 사항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31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생명·손해보험사 36곳 중 암보험금을 통해 거둬들인 이익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교보생명으로 나타났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년간 암보험료로 7328억 원을 받은 데 비해 지출한 보험금은 2096억 원에 그쳤다. 암보험을 통해 5231억 원의 이익을 낸 셈이다.
교보생명을 포함해 10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남긴 보험사는 총 15곳이다. 이어 △라이나생명 5132억 원 △메리츠화재 4002억 원 △AIA생명 3955억 원 △동부생명 3346억 원 △삼성화재 3088억 원 등 순이다. 100억 원대 이익을 남긴 곳은 흥국화재 798억 원, KDB생명 715억 원, 롯데손보 684억 원 등 총 13곳이었다.
전체 36개 보험사들 중 암보험을 통해 적자를 본 곳은 한화생명이 유일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암보험료로 5790억 원을 받고, 보험금으로 5822억 원을 지급해 323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보험가입자들이 늘어나는 것에 비해 치료가 어려웠던 예전과 달리 다양한 치료기법들이 생겨나면서 보험금 지급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이익이 남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이 보험료 지급을 망설이는 동안 보험가입자들의 불만은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암보험 관련 민원 상담건수는 2016년 588건에서 2017년 673건으로 늘었다. 피해구제 건수는 같은 기간 140건에서 201건으로 늘었다.
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별로 보유한 암보험 계약 건수 대비 민원제기 건수가 가장 높은 곳은 AXA손보였다. AXA손보는 지난해 3836건의 암보험 계약을 보유했는데, 민원제기는 5건이 접수됐다. 0.13%의 비율이다. 그 뒤로 DB손보 0.1%, 흥국화재 0.09%, ING생명 0.064%, 한화손보 0.063% 등 순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현재 금감원이 암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분쟁을 판단할 때 이런 부분을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급한 보험금과 납입받은 보험료가 같아야 한다는 ‘수지상등의 원칙’에도 위배될 뿐만 아니라, 여론을 고려해서라도 보험사들이 암보험에 대해서는 지급여력이 충분히 있는 만큼 가입자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암보험 분쟁조정 절차를 7월 중에 결론지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