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포 폭발사고' 이찬호 병장, 페이스북에 올린 심경 글 보니 "죽기만 기도하고 있다"

입력 2018-05-31 10:43 수정 2018-05-3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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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뉴스 캡처, 이찬호 병장 페이스북)
(출처=MBC 뉴스 캡처, 이찬호 병장 페이스북)

지난해 8월 군 복무 중 자주포 폭발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은 이찬호 병장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찬호 병장이 사고 후 올린 심경 글이 조명되고 있다.

이찬호 병장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몸 상태와 심경을 담은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사고가 난 지 어느덧 9개월이 지났지만 아무런 보상과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이 없다"라며 "현재 군은 k-9 자주포 기계 결함으로 잠정적 수사 발표를 한 상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실제 사격을 하고 있으며 훈련을 지속해서 강요받고 있다"라고 적었다.

이어 "1평도 안 되는 그 밀폐된 차가운 철갑 안에서 장약 5호 3개가(성인 키보다 크고 무게도 많이 나가는 화약) 작렬이 터졌다"라며 "불꽃이 휘몰아쳐 극한의 고통이 한계에 도달할 때쯤 어떠한 고통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치료 과정 또한 몇 번을 기절하면서 죽음과 생사를 오갔다"라고 당시 고통을 회상했다.

그는 배우의 꿈을 걸었던 연기자 지망생이었음을 알리며, "보호자의 병간호 없이는 씻고 먹고 자는 것조차 할 수 없다"라며 "전역을 하게 되면 한 달에 500~700만 원 드는 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전역을 미룬 이유를 밝혔다.

이 병장은 지난해 8월 강원도 철원군에 위치한 육군 모 부대 사격장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사고로 전신 화상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없어 전역을 6개월 정도 미룬 바 있다. 군 복무 중에는 치료비가 전액 지원되지만 전역 후에는 화상전문병원이 아닌 보훈병원이나 지정병원에서만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찬호 병장은 끝으로 "중학교 3학년 때 품은 연기자의 꿈 누구도 말릴 수 없었던 꿈을 먹고사는 청년. 대학교도 연극영화과 입학 모두의 기대와 사랑을 받으며 나날이 꿈이 현실화되어가고 있는 찰나 돌연 꿈이 사망했다"라며 "창문을 멍하니 보면서 죽기만을 기도하고 있다"라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앞서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자주포 폭발사고로 인해 전신 화상을 입은 이 병장의 치료비를 지원하고 국가유공자로 지정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고, 이 청원은 24일 기준으로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이찬호 병장은 24일 "짧은 시간에 20만 돌파라니 정말 믿기지 않는다"며 "이 시간이 오길 9개월 동안 간절하게 원했다. 사건 초기부터 큰 관심을 보여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30일 지난 2017년 8월 K-9 자주포 사격훈련 중 발생한 폭발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은 이찬호 예비역 병장이 국가유공자 지정 요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 이찬호 병장이 신청한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심사해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당시 자주포 폭발 사고로 3명이 사망했으며, 이 병장을 포함한 4명이 부상을 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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