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남북문제보다는 금리가 증시 영향 더 크다

입력 2018-05-3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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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6월 12일로 예정되어 있었던 북미회담을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 간에 신경전이 있었으나 다시 진정되고 있다. 이처럼 남북회담을 비롯해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최근의 정치적 사건들을 볼 때 남북 관계가 역사적인 큰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북미회담의 결과가 잘 나온다면 과거 어느 때보다 강화된 남북 경제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만큼, 주식시장은 이를 벌써 반영하는 모습이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노동력을 이용한 우리 기업들의 원가 경쟁력 제고라든지, 북한의 철도 등 SOC 투자로 인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의 창출,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인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완화 등이 주식시장 측면에서 상승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남북경협에 대해서는 보다 냉정하게 득실을 따질 필요가 있다. 과거 독일도 서독이 지급한 통일 비용이 동독에서 얻은 이득보다 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의 변덕스러운 태도만큼이나 남북경협 관련주의 변동성이 큰 것도 이러한 불확실성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경협이 이루어진다면 실질적인 득실을 꼼꼼하게 따져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우리나라 증시가 남북 문제로 요동을 치고 있을 때 글로벌 증시는 미국의 금리 상승에 주목하고 있었다. 미국 금리는 최근 상승세가 진정됐으나 겨울 동안 부진했던 소비가 개선됐다는 점을 확인한 이후 급등했다.

게다가 금리 상승도 문제이지만, 작년과 달리 글로벌 금리 상승의 주도권을 미국이 갖고 있다 보니 달러 강세를 수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달러가 강세를 보일 때 전 세계 위험자산, 특히 이머징 마켓 증시와 원자재가 항상 하락 압력을 받기 때문에 이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이미 아르헨티나, 베트남, 터키 등 일부 이머징 마켓 증시에서 급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의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의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처럼 커진 이머징 마켓의 변동성이 아직 우리나라와 같은 건강한 국가에까지 전염되기는 이르다고 보인다. 왜냐하면, 세계 경기가 미국의 소비 증가를 바탕으로 연초 이후 둔화 국면에서 벗어나 다시 반등 흐름을 보일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이 작년과 비교하면 많이 둔화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증가율도 여름까지 다시 두 자릿수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최근 유가가 급락했지만, 원유를 포함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현 수준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머징 마켓 국가들의 절반 정도가 원자재 보유 국가들이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의 향방이 이들 국가의 살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하반기에는 미국의 금리와 달러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금리 측면에서 볼 때 임금 상승률이 중요하다. 미국의 연방기금준비위원회가 중요하게 여겼던 개인 소비 지출 물가는 이미 목표치에 접근하고 있지만, 임금 상승률이 낮게 유지되었기 때문에 그나마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임금 상승률마저 오른다면 긴축이 강해질 수 있다.

최근 미국의 실업률이 4%를 밑도는 등 고용 상태가 좋아지고 있고, 사람들의 초과 근로시간이 늘어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올 하반기에는 임금 상승률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 금리는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의 긴축 가능성으로 인해 다른 나라들까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런 측면에서 예외일 수 없다.

결론적으로 올 하반기 미국에 의해 금리가 상승한다면 소위 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도 일시적으로 위축될 수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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