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와 IHS마르키트가 공동 집계하는 글로벌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5월에 53.1을 기록했다. 9개월 만의 최저치이다. 4월 서비스업 PMI는 전월 54.8에서 53.8로 하락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기업 활동은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탁운임지수(BDI)는 지난달 고점에서 22% 하락했다. 구리 가격도 최근 하락세다. 투자자들은 두 지표를 글로벌 수요를 나타내는 선행 지표로 간주하고 있다. 이들 지표의 부진은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를 암시한다.
미국 고용시장의 견실한 회복세 등 긍정적인 징후도 있다. 1일 발표된 5월 고용지표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은 22만3000명으로 나타났다. 실업률은 3.8%로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WSJ는 낙관적인 고용지표가 지난주 증시의 손실을 회수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무역전쟁과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 불안 등 투자자들의 낙관론을 위축시킬 난관이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정치 혼란은 지난주 글로벌 증시를 흔들었다. 지난달 29일 다우지수는 400포인트 폭락했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동맹이 지명한 총리 지명자의 정부 구성안을 세르지오 마테렐라 대통령이 거부했다. 무정부 상태가 길어지며 재선거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마테렐라 대통령이 새 정부 구성안을 승인하면서 정치적 갈등은 진정됐으나 재정적 불안은 여전하다. 두 정당은 유로존 탈퇴를 주장했으며 유럽연합(EU)의 재정 한도 규정을 초과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들이 기본소득 지원과 연금 수령 연령 하향 조정, 소득 수준에 따른 단일 세율 채택 등을 시행하면 이탈리아의 연간 재정 적자는 EU의 상한선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초과하는 5.8%에 이를 전망이다. 이탈리아의 경제 규모는 유로존 3위로 위기 발생 시 구제하기에는 너무 크다는 평가다. WSJ는 투자자들이 이탈리아의 경제 위기 가능성에 증시를 벗어나 비교적 안전한 미 국채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 EU에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했다. 이들 국가는 미국산 철강과 농산물 등에 보복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이에 대한 각국의 보복 조치가 세계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1500억 달러(약 161조325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와 이에 따른 중국의 보복 관세도 세계성장률을 추가로 0.9%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게이 폴락 도이체방크 프라이빗웰스매니지먼트 채권 트레이딩 책임자는 “관세는 기업의 신뢰를 하락시킨다”면서 “기업들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실물 경제에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도 위험 요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신흥국은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자본유출 비상이 걸렸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경기가 악화할 우려가 있으며 달러화 채무 상환 부담도 커졌다. 아르헨티나는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40%까지 올렸으나 경제난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지난달 8일 국제통화기금(IMF)에 3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터키 당국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300bp 인상했다. 인도네시아도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MSCI신흥국지수는 지난달 30일 연중 저점을 새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