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경영 25년 上] '1등의 위기', 주목받는 JY 리더십

입력 2018-06-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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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선대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삼성 경영을 승계한 지 5년째가 되던 지난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말이다. 삼성은 이 회장의 이 발언을 기점으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새로운 도약을 이룬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른바 오늘날 삼성을 만든 ‘신경영’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건희 회장은 2013년 신경영 20주년 당시 삼성그룹 임직원에게 “영원한 초일류 기업을 만들자”는 내용의 격려 메시지와 함께 그룹 안팎의 자만심을 경계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우리는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며 “신경영은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영 25주년이 된 현재 삼성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신경영을 선언했던 이건희 회장은 4년째 와병 중이고, 이 회장이 예상했던 것처럼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현재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으로 삼성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체질을 개선했고, 이재용 부회장은 질적 성장 기반 위에 미래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자신만의 DNA를 삼성에 이식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감한 M&A(하만, 비브랩)와 정공법(갤노트7 단종, 순환출자 해소), 실용주의(수평적 조직문화 정착, 무노조 경영 철폐 등)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국내보다는 해외 활동에 집중하며 글로벌 초일류를 넘어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1위를 차지하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지난 2월 초 석방 이후 해외 출장만 3차례 떠난 것은 상징적인 행보로 해석된다.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에 대응하고, 직접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상하는 삼성 신성장 동력 중심축은 인공지능(AI)와 전장이다. 지난 3월 유럽, 캐나다, 일본 등을 방문해 인공지능 동향을 파악했고, 이후 삼성전자는 미국, 영국, 캐나다, 러시아에 AI 연구센터를 잇따라 개소했다. 글로벌 최고 실력자들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삼성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인 미국 프린스턴대 세바스찬 승 교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다니엘 리 교수를 영입했다. 업계는 이번 석학 영입 과정에 이 부회장 역할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1980년대 반도체 사업 본격화에 앞서 ‘S급 인재’ 영입을 위해 직접 뛰어다녔다.

이 부회장은 전장사업에도 승부를 걸고 있다. 전장부문 글로벌 기업 하만을 인수했고,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최근 양산한 자동차용 D램과 낸드플래시는 중국 전기차 업체 BYD 등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오토를 개발, 아우디 자율주행차에 이를 납품할 예정이다. 이 밖에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를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미래 자동차의 핵심 부품이 될 차량용 플렉시블(휘어지는) OLED 패널을 최근 대거 공개했다. 삼성은 1998년 9월 자동차산업에서 손을 뗐지만, 자동차용 배터리와 반도체 등 전장부품을 통해 전 세계 자동차에 ‘삼성’을 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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