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가치주 펀드들이 올해 엔터·미디어주의 독주에 힘입어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3분기를 기점으로 관련 테마주들이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효과와 한중 해빙무드 조성 기대감에 상승 반전하면서 이를 담은 펀드들도 평가차익을 누리게 됐다.
펀드평가업체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가치주 펀드 중 1일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교보악사위대한중소형밸류[자]1(주식)A1(10.12%)’로 나타났다. 최근 부침을 겪고 있는 코스피 수익률과 비교하면 11.92%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도 ‘한국밸류10년투자중소형[자](주식)C-A(8.76%)’, ‘한국밸류10년투자100세행복[자](주식)H-A (6.69%)’가 각각 3위, 5위에 올랐다.
이들 펀드의 공통점은 엔터·미디어주의 펀드 편입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100세행복[자](주식)(A)의 경우 JYP엔터(6.87%), CJ E&M(6.52%), 제이콘텐트리(3.94%) 등의 펀드 내 비중이 무려 17.3%에 달한다.
주요 투자 대상이었던 엔터·미디어주가 작년 3분기 이후 반등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펀드들도 과실을 누리게 됐다. 실제 코스닥 오락·문화지수는 작년 9월 26일 362.90에 불과했으나, 이날(1일) 기준 609.82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엔터·미디어주가 전통적인 가치주는 아니라는 점에서 ‘1세대 가치주 펀드매니저’로 꼽히는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사장의 선택에도 눈길이 모아진다. 그가 JYP엔터에 주목한 것은 주당 4000원대를 오갔던 2016년 초반이었다. JYP엔터가 4000원대를 벗어나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6월 이후의 얘기다. 이날 종가 기준 JYP엔터는 2만6100원으로 무려 6배 넘게 올랐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은 “엔터주라는 업종별 특성보다는 개별 밸류에이션을 따져 보고 투자했다”면서 “JYP엔터는 2~3년 전인 2016년부터 꾸준히 지켜봐 온 종목으로, 작년 한순간 매집해 이익을 내거나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엔터·미디어주가 여전히 가치주 투자의 영역에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로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소속사 대표 연예인들의 병역 문제나 유사 이슈가 터질 때마다 실적 변동성이 큰 만큼, 장기투자 성향에 적합한 가치주로 볼 수 있을 것인지 다소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