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7월부터 미국산 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유럽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관세 부과에 EU가 본격적인 보복에 나선 것이다.
마로스 세프코비치 EU집행위원회(EC) 분과 위원장은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조치가 7월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미국이 취한 일방적이고 불법적인 결정에 합당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미국산 철강 및 농산품 등에 25%의 관세를 추가로 물릴 방침이다.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에는 크랜베리, 오렌지 쥬스에서부터 버번 위스키, 유람선에 이르기까지 28억 유로(약 3조500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이 대거 포함됐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전 세계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 및 10%의 추가 관세 방침을 밝힌 뒤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대응 조치는 추가적인 보복을 부를 뿐”이라고 경고했다. FT는 EU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의 경고를 무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리암 폭스 영국 무역장관은 지난 4일 FT와의 인터뷰에서 보복 관세에 대해 “직·간접적인 미국의 관세 부과 충격에서 EU의 내수 산업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U와 영국은 국제 무역 시스템의 테두리 안에서 조치를 마련할 것”고 덧붙였다. 미국은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수입 관세를 6월 1일부터 부과하고 있다.
이번 조치를 둘러싸고는 EU 내에서도 이견이 있었다. 일부 EU 회원국 관계자들은 더 정밀한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프랑스 파리와 독일 베를린에서 EC 당국자들이 연달아 논의한 끝에 이번 조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C의 유르키 카타이넨 무역 정책 감독 부위원장은 “우리는 대응책에 대한 전적인 지지를 받았다”며 “우리는 우리 산업과 적절한 이익을 지키길 원한다”고 FT에 설명했다. EC는 조만간 회원국과의 조율 절차에 들어간다. 조율에만 수 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EU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둘러싸고 6일 캐나다와 정식으로 WTO 분쟁처리절차에 돌입했다. EU 당국자들은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EU의 철강·알루미늄 수출에 60억 유로 규모 이상의 충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카타이넨 부위원장은 FT에 “EU는 그 어떤 추가적인 조치나 무역전쟁의 확산을 피하고 싶다”며 “거기에는 승자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런 행동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우리의 미국 무역 파트너들을 납득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