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격전지 리포트] 서울 노원병...‘구청장 경륜’과 ‘젊은 피’ 맞붙는 보수의 험지

입력 2018-06-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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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세입자 비율 높은 민주당 우세 지역...거리서는 다양한 목소리, 투표율 변수 될 듯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노원구 일대 거리에서 각각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후보, 강연재 자유한국당 후보,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 (사진=연합뉴스)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노원구 일대 거리에서 각각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후보, 강연재 자유한국당 후보, 이준석 바른미래당 후보 (사진=연합뉴스)
“아무도 안 찍을 거야. 누구 뽑아서 좋아진 것도 없고 국회의원 없다고 서러운 것도 없었어”

서울 노원구 상계역 인근에서 만난 지역주민 임길자(62·여) 씨는 지지 후보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임 씨 뿐만이 아니었다.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닷새 앞둔 8일 거리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대부분 이번 선거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노원 병은 13일 지방선거와 함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지르는 전국 12개 선거구 중 하나다. 원래 지역구 의원은 안철수 현 서울시장 후보였지만 지난해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공석이 됐다.

선거 구도는 크게 3파전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8년간 이 지역 구청장을 역임한 김성환 후보가 출격한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국민의당 부대변인 출신인 강연재 후보, 바른미래당에서는 ‘박근혜 키즈’로 불렸던 이준석 후보가 나섰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로는 김성환 후보가 1위(46.6%), 이준석 후보(11.5%) 2위, 강연재 후보(5.7%) 3위 순이다. 현재까지 표면화된 민심은 민주당에 유리하지만 2, 3위 후보의 추격이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야당도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 수치만 보면 사실상 한 쪽으로 기운 모습이지만 실제 거리에서 만난 표심은 다양했다. 대부분 지지후보가 없다며 인터뷰를 고사했지만 답변에 응한 주민들은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냈다. 주민 대부분이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지역이어서 평일 낮 시간이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번 재보궐 선거가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만큼 투표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실제 득표 결과에서도 변수가 생길 여지가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정부 힘 실어준다” vs “젊은 사람 뽑겠다”…민심 목소리는 제각각

상계동 아파트단지에서 만난 60대 남성 최승곤씨은 김성환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김 씨는 “구청장을 오래 했으니 지역을 잘 알고 있지 않겠느냐”면서 “그 정도 자리를 몇 년 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도 한다 사람(김 후보)도 겸손하다. 여태껏 TV에 많이 나오고 유명하다고 해서 뽑아줬던 사람들이 동네에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 다음날 치러지게 될 이번 선거는 지역 이슈보다 중앙 정치 부각된 선거이기도 하다. 상계역 주변 상가에서 만난 20대 남성 정 모씨는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여당에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정 씨는 “솔직히 이번 선거는 사람도 너무 많고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다”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이라 민주당을 찍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는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상계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근호(43·남)씨는 “정당보다 사람의 면면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에서 공부했고 젊은 사람이니 일을 더 똘똘하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 인상도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회가 너무 늙었다. 유능한 젊은 사람이 있으면 정당을 떠나서 키워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어린이집 앞에서 만난 30대 여성 김 모씨는 “강연재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솔직히 자유한국당은 좋아하지 않는다”라면서도 “후보 중에 유일하게 여자이면서 아이도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학부모의 심정을 가장 잘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강 후보가 3남매를 키우는 ‘워킹맘’이라는 점이 선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였다.

여태껏 보수정당을 지지해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60대 여성 전 모씨는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지난 번에 새누리당으로 나왔던 이준석은 이번에 안철수 편이고, 저번에 안철수 편이었던 강연재는 이번에 자유한국당으로 나왔다”라면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당선되면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보수가 못해서 그렇게 되는 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계중앙시장에서 만난 김수용(남·62세)씨는 작년까지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안철수 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김 씨는 “안철수가 의원직 버리고 이 당 저 당 다니는 바람에 사람들이 실망 많이 했다”라며 “이준석이가 몇 년 전부터 노원구 동네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이번에 안 되면 당 때문에 그러는 거다”라고 말했다.

선거 막바지 유세 총력…14년만의 민주당 당선이냐 젊은 피냐

노원 병은 상계1동부터 10동을 포함하는 선거구다. 1980년대 대단위 아파트촌이 형성된 지역으로 민주당계 지지기반이 강한 노원구에서도 서울 내 보수정당의 험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지난해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39.80%를 득표했고,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이 54.44%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얻은 45.56%를 크게 앞선 바 있다. 다만 2004년(임채정) 이후 이후 14년 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적은 없었다.

또한 노원 병은 소형 아파트가 서울 25개구 가운데 가장 많아서 신혼부부와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이 많다. 상계주공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젊은 유권자의 표심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다른 지역에 비해 세입자가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떄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집값을 부양하겠다거나 재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의 손익계산이 복잡한 지역이기도 하다. 반대로 주거·교육환경 개선방안에 대한 유권자의 민감도는 높다고 볼 수 있다. 상계주공 9단지에서 만난 허승연(37·여)씨도 “아이들 관련 공약이 가장 중요하다. 어느 당이든 교육정책 좋은 사람을 찍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선거전이 막바지에 접어드는 시점인 만큼 각 후보의 유세활동도 한층 달아 올랐다. 이날 사전투표를 마친 뒤 상계역 일대를 돌며 차량 유세를 벌인 김성환 후보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 달라는 점을 중점적으로 언급했다. 김 후보는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분단의 역사가 평화의 한반도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중요한 선거”라며 “한반도 평화가 정착돼야 노원구가 발전할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선거기간 돌입 이후 아침부터 새벽 2시까지 거리 유세를 벌이고 있는 이준석 후보는 이날 오후 상계역 인근에서 유권자들과 만났다. 유세 과정에서 이 후보는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정치인’이라는 점을 중점적으로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노원 병) 유권자 여러분이 가진 8장의 투표용지 중 한 장은 대한민국의 정치를 젊게 만드는 일에 투자해 달라”라고 호소하며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대한민국 정치를 20년 젊게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강연재 후보는 이날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함께 상계중앙시장 유세에 나섰다. 강 후보는 노원 병 지역의 ‘낡은 권력 교체론’을 내세우며 “새는 양 날개가 있어야 한다. 오른쪽 날개가 죽지 않도록 도와 달라”라며 “당이 그동안 반성하고 있다. 여러분 눈높이에 덜하겠지만 더 잘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노원은 자영업자가 많고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라며 “문재인 정부 1년간 자영업자가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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