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투자자들은 HN펀딩을 상대로 원금 회수를 위한 집단소송에 나설 채비를 갖추는 등 업계의 연쇄 부도와 사기 대출 등 공포감이 퍼지고 있다.
11일 HN펀딩은 자사 누리집에 사과 공고문을 올려 “몇몇 타 펀딩의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져 신규 펀딩 투자가 정체됐다”며 “신규 대환펀딩은 모집이 안 되는 상황으로 연체 등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P2P업계의 과열경쟁 구도가 되면서 펀딩 기간은 2, 3개월 단기로 수익률도 지나친 고수익을 제시하며 업체 간 출혈경쟁이 지속했다”며 “경쟁 속에서 맞대응하다 보니 경영의 악화를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담보를 전문으로 하는 HN펀딩은 주로 부실채권(NPL)을 취급한다. NPL이란 금융기관이 빌려준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거나 어렵게 된 부실채권이다. 2016년 7월 대부업법 개정 이후 개인투자가 금지된 상품이다. 하지만 HN펀딩은 ‘간접투자’ 기반의 P2P대출을 통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이날 기준 HN펀딩의 평균 수익률은 18%로 나타났다. 5월 말 기준 P2P대출 업계의 평균 수익률인 14.59%보다 높은 수준이다. 누적 대출액은 192억 원, 대출잔액은 111억 원이다. 지금까지 2000여 명의 투자자가 HN펀딩에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HN펀딩은 지급 불능 통보와 함께 대출 차주의 개별 상환 건에 대해 투자 원금 상환을 약속하는 등 투자자 이탈을 막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영정상화 이후에 미지급 리워드 및 이자를 펀딩 순서로 지급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현재 HN펀딩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관투자자와 협의하거나 법무법인을 통한 채권관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HN펀딩 투자자들은 이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P2P 투자자 모임 카페에서는 앞서 여러 상품에 대해 원금 및 이자 상환이 어려움을 언급한 전례가 있고, HN펀딩의 ‘고수익 전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아우성이 일고 있다.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는 ‘제2의 오리펀드’ 사태가 다시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리펀드는 올해 3월 설립된 부동산 담보 전문 P2P업체다. 월 15% 수준의 고수익을 내세워 사업을 시작했다. 세 달 만에 200억 원가량의 돈을 모으는 등 규모를 불렸지만 경영진이 이달 돌연 잠적하면서 사기 대출 의혹이 제기됐다.
한 투자자는 “오리펀드 때와 사건이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경영진 출국 금지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현재)사무실에 직원도 없고, 서류조작을 몇 달간 해왔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면서 “서둘러서 소송준비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100여 명의 HN펀딩 투자자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HN펀딩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직접 사무실을 찾았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