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격전지 리포트] 여야 ‘대권 잠룡’ 맞붙는 경기도...보수 텃밭 ‘북부 표심’에 사활

입력 2018-06-11 22:33 수정 2018-06-1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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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자유한국당은 적폐세력, 완전히 사라져야”...남경필 “새는 양 날개로 난다...보수 궤멸 막아달라”

“자유한국당은 적폐세력입니다. 국회와 지방에 그들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들이 역사적으로 사라질 수 있도록 심판해야 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11일 구리 유세

“새가 양 날개로 날듯 대한민국호(號)는 보수와 진보 균형을 맞춰서 날아야 합니다. 보수를 살려주십시오. 자유한국당도 변하겠습니다”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 11일 김포 유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왼쪽)와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도지사 후보(오른쪽)가 6·13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11일 경기 북부 지역을 찾아 막바지 유세를 벌였다. (사진=각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왼쪽)와 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도지사 후보(오른쪽)가 6·13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11일 경기 북부 지역을 찾아 막바지 유세를 벌였다. (사진=각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6·13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11일 경기도지사 유력 후보들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막바지 유세에 총력을 쏟았다. 경기도는 인구수가 국내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1300만 명에 달하는 데다 외곽 농촌 지역과 수원시, 안양시, 성남시 등 남부지역 대도시들이 공존하고 있어 ‘작은 대한민국’으로 불린다.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42.1%를 얻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2.9%,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20.8%를 각각 득표한 바 있다.

경기도는 국가적인 중요도와 관심도가 높은 만큼 중앙 정치에서도 요충지로 분류되는 곳이다. 역대 민선 경기도지사는 대부분 당선과 동시에 대권 주자로 분류된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여야 ‘잠룡의 대결’이라는 점도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를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다. 여야 유력 후보가 모두 차기 대권 물망에 거론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는 지난해 소속 정당의 대선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역대 선거 당락 가른 ‘경기 북부’에 막바지 유세 총력 = 두 후보는 막바지 일정을 역대 경기도지사 선거의 당락을 갈랐던 경기 북부 지역의 표심을 공략하는 데 할애했다. 전통적으로 경기 북부는 접경지대 주변인 만큼 안보 이슈에 민감하고 보수정당이 강세를 보이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과 함께 이 같은 지역색이 모호해진 측면이 있다. 남 후보의 경우 보수층의 결집을 위해, 이 후보는 반대의 이유로 중요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이날 여주, 양평, 구리, 의정부, 김포, 안양을 돌며 유세를 펼쳤다. 이 후보의 유세 일정을 보면 지난 선거에서 약세 지역이었던 경기 북부의 표심을 돌리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 후보는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 일정의 3분의 2가량을 경기 북부에 할애했다. 이 후보의 일정에는 아내 김혜경 씨가 줄곧 동행했다.

이 후보는 자신이 적폐청산의 적임자라는 메시지를 중점적으로 내세웠다. 형수에 대한 욕설, 여배우 김부선 씨와의 추문 의혹 등 최근 불거진 여러 문제에 대해서는 ‘적폐의 저항’이라며 몰아붙였다. 이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불공정한 구조에서 특혜를 누려온 저들이 이재명의 경기도지사를 막기 위해 저열한 네거티브(흑색선전)를 하고 있다”라며 “오히려 제가 만나는 많은 사람은 저를 향해 ‘힘내세요’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게 바로 민심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자신의 전과 기록에 대해서도 “제가 나쁜 짓을 하다가 감옥에 가고 전과가 생겼느냐”며 해명했다. 그는 “시민단체 만들다가 수배되고 벌금 500만 원 냈고,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을 맡았다가 구속이 됐다. PD가 전화해서 검사를 사칭했는데 옆에 있었다는 이유로 종범이 됐다”라며 (특권세력이) 불륜, 종북, 패륜, 표절, 전과 등 의혹을 제기하며 저를 죽이려 하지만 성남시는 지난 8년간 전국에서 가장 자부심 높은 도시로 성장했다“라고 역설했다.

남 후보 역시 구리, 남양주, 포천, 연천, 동두천, 의정부, 양주, 파주, 김포 등 경기 북부 13개 지역의 일정을 소화하며 막바지 총력을 집중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이전 마지막으로 진행된 조사에서는 이 후보(48.6%)로 남경필(19.4%)에 크게 앞서고 있지만, 이전과 비교한 추세 측면에서 남 후보의 상승세가 뚜렷한 만큼 ‘선거 막판 뒤집기’에 사활을 건다는 전략이다. 남 후보 측에서는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남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보수의 궤멸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높다는 점을 의식해 “문재인 정부와 화끈하게 연정하겠다”라는 언급도 덧붙였다. 남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공표할 수는 없지만, 자체 여론조사에서 ‘골든 크로스’, 역전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문 대통령이 잘 한 것이 있으면 박수를 쳐 주고, 잘못한 것이 있으면 따끔하게 야단을 치되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품격있는 언어로 대안을 내 놓겠다”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남 후보는 이 후보와 관련해 제기된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과 ‘형수 욕설 파일’ 등의 의혹을 겨냥해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을 해코지하기 위해 상대적인 약자에게 권력을 사용하면 나라가 난장판이 된다”라며 “성남시에서 했던 무상복지 시리즈를 경기도 전역에 확대하려는 말도 안 되는 포퓰리즘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유권자 판단 제각각…공약보다는 정당과 인물론에 민감 = 이번 지방선거는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인 이벤트와 하루 차이로 시행되는 만큼 국민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도 지역 이슈보다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 등 중앙 정치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민들은 후보들의 정책보다 정당과 인물론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다.

김포 시내에서 만난 40대 회사원 박 모 씨는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여당 후보에 투표하겠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가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반대하는 쪽이 (당선)되면 안 되지 않느냐”라며 “사실 후보 하나하나를 잘 알지도 못하니 (도지사 외에) 다른 투표용지에도 1번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시민들은 그가 이른바 ‘흙수저 출신’이라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포에서 만난 50대 여성 박성연 씨도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나 어렵게 공부했으니 서민의 삶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아니냐”라며 “남경필은 원래 부잣집에서 태어나 탄탄대로만 걸었기 때문에 제대로 서민 삶을 알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원래 이 후보를 지지하는 쪽이었지만 최근 제기된 의혹으로 마음을 바꿨다는 의견도 있었다. 의정부에서 만난 한민규(39) 씨는 “TV토론에서 답변을 피하는 모습을 보고 당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라며 “선거를 하면서 이런저런 비난이 나오는 것까지는 자연스럽지만 그 이후 이 후보가 해명하는 과정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포 유세현장 인근에서 만난 다른 시민은 이 후보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이기도 했다. “재벌과 권력자들이 이재명의 당선을 막으려고 발악을 한다”라며 “더 심한 이야기가 나와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에서 만난 50대 자영업자 윤 모 씨 또한 “나도 검정고시 출신이라 이재명 후보를 응원한다”라며 “밑바닥에서 성공한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남 후보에 대해 호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의 연령대가 높을수록 남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고 특히 60대 이상 여성 유권자들의 호응이 높았다. 의정부에서 만난 주부 이종순(61) 씨는 “내 또래 아줌마들은 남경필을 좋게 보는 편이다. 이재명 후보는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얼굴은 알지만 (누군지) 잘 모른다”라고 말했다.

한편 공약에 관해 관심을 가진 유권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거리에서 만난 대부분 시민은 여야 경기도지사 후보의 공약에 대해 잘 모른다고 했다. 각 후보의 공보물을 읽어봤다는 이도 소수에 불과했다. 북미 정상회담 다음 날 치러지는 이번 선거가 지역과 인물보다는 중앙 정치 이슈에 관한 관심의 연장선에서 치러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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