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반도체 호황, 그 다음엔?

입력 2018-06-1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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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조선업이 부침을 겪는 사이 반도체는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239조 원, 영업이익 53조6450억 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SK하이닉스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두 회사 모두 반도체 사업에서 1000원어치를 팔면 500원 가까이 남길 정도로 이익률이 높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반도체 호황 이후를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장 산업과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과 견주면 아직 시작 단계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 반도체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 강화에 나섰지만, 이익을 내려면 수년이 필요하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LG전자 역시 창업 때부터 해온 백색가전 사업에 이익이 집중돼 있다.

상황은 이런데, 중국의 추격과 견제는 나날이 거세진다. 지난달 31일 중국 반독점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3사의 가격 담합 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가격조사국, 상무부 반독점국, 공상총국 반독점국 등이 합쳐져 세워진 막강한 시장감독기구다.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1조 위안(약 168조 원)을 투입하는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가운데,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 반도체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공식화한 것이다. 만약 중국이 반도체 담합을 결정하고 반덤핑 관세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지난달 전체 수출 501억 달러 가운데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2%에 해당하는 108억5000만 달러다. 이 중 4분의 1가량이 중국 수출액이다.

중국의 추격은 비단 반도체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자국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막강한 지원에 힘입어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는 산업에서 역전을 노리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기술력보다 제도의 경쟁력이 앞선 곳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특정 산업이 일정 단계로 성장하기까지 규제하지 않는다. 막 시작된 드론 시장을 중국업체들이 순식간에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성패를 가르는 AI와 전기차, 반도체 등에서도 중국은 국가 단위에서 지원금을 퍼붓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주요 산업 지원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신사업 분야에서도 규제하기 급급하다. 오히려 정부와 정치권이 주력산업과 미래산업 육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 정보 등 국가 핵심 기술이 담긴 작업보고서를 공개하려 했다. LG디스플레이는 8.5세대 OLED 광저우 공장을 지으려 했지만, 정부의 심사지연으로 계획이 5개월이나 늦춰졌다. 전문가들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많은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산업 구조가 비슷한 독일 수준으로 기업 규제가 풀리면 GDP(국내총생산)가 1.7%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융복합을 지향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사회가 제도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신기술이 뿌리내릴 수 없다. 기업이 기술혁신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정부는 규제 개선 및 지원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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