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질 논란을 도화선으로 사정당국의 총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불법 행위 의혹으로 오너 리스크를 겪는 기업들이 재조명된다.
근래에 재계 총수들의 법정 잔혹사의 시작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꼽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법정구속 됐으나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쟁점은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경영권 승계 대가의 제3자 뇌물죄 인정 여부다.
이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부터 2심을 받고 있다. 신 회장이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자 롯데그룹은 충격에 빠졌다.
신 회장은 2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신 회장이 롯데월드 면세점 신규 특허 취득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한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건넨 것으로 보고 제3자 뇌물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지난 11일 3차 공판에서 신 회장 측은 “박 전 대통령 면담 자리는 경영권 분쟁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에 대한 사과 목적이 있었을 뿐 면세점과 관련된 것이라고 인식할 수 없었다”며 무죄를 재차 주장했다.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과 장남 조현준 회장이 모두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달 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 명예회장, 조 회장에 각각 징역 10년,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조 명예회장 등은 2014년 8000억 원대 탈세·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 회장은 이와 별개로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조 회장 측은 동생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의 악의적인 고발로 재판을 받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2013년 7월 주식 재매수 대금 마련을 위해 자신이 대주주인 개인회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을 하도록 해 179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2008~2009년 개인 자금으로 구매한 미술품 38점을 효성 아트펀드에서 비싸게 사들이도록 해 12억 원의 차익을 얻은 혐의도 있다.
부영그룹은 이중근 회장이 4300억 원에 달하는 횡령·배임, 조세포탈 등 12개 혐의로 지난 2월 22일 구속기소 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 SK, LG, 롯데까지 5대 그룹 중 4곳이 사정당국의 조사와 수사를 받고 있다”면서 “반기업 정서가 커지고 있어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도 영향이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