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3곳 모두 승리…지역주의 극복 기반 마련
도지사 취임하면 가장 먼저 경제혁신추진단 설치할 것
서부경남 KTX 조기 착공…중소 제조업 혁신, 위기 극복
더불어민주당의 사상 최대 압승으로 끝난 6·13 지방선거에서 화제의 인물은 단연 김경수(51) 경남도지사 당선인이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서 그가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를 크게 앞설 것으로 예측했지만 막상 개표 초기에는 반대였다. 김태호 후보에게 계속해서 밀린 김 당선인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지지자들의 가슴을 졸이더니 자정이 돼서야 역전, 최종 52.8%의 득표율로 김태호 후보보다 약 10%포인트 앞서 승기를 굳혔다.
경남도민, 네거티브 대신 비전 선택
민주당 출신 최초 경남도지사의 주인공이 된 김 당선인이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그는 일찌감치 경남도지사 후보로 떠올랐지만, 이른바 ‘드루킹 사건’ 연루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때 출마 포기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형 악재를 ‘정면돌파’로 극복한 김 당선인. 이투데이는 14일 23년간 독점해 온 보수 지방 권력의 벽을 무너뜨린 비결을 들어봤다.
김 당선인은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아무래도 마지막까지 마음 졸이셨을 텐데”라며 당선 소감의 첫 운을 뗐다. 그는 “최종적인 결과를 보면 이제는 경남도 바뀌어야 하는 경남도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개인의 승리라기보다는 변화와 미래를 선택한 경남도민들의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소회를 밝혔다.
김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 대해 “미래팀이 과거팀을 이기게 해 줬다”고 총평했다.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이겼다”, “비전이 네거티브를 이겼다”고도 표현한 김 당선인은 ‘도민들이 자신을 선택한 이유’로 “이전 도정에 대한 심판”이라고 정리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나고 있지만,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심판이란 얘기다.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 한반도 평화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과정에서 ‘위장평화쇼’라는 등의 막말 논란을 일으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그는 “선거는 원래 평가다. 잘했으면 한 번 더 밀어주고 잘못했으면 확실하게 심판해서 바꾸고 하는데, 그동안에는 선거가 그런 평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 했다”며 “이번에는 확실하게 홍 대표가 도지사를 맡았던 이전 도정에 대해 도민이 분명히 평가를 해 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당선인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한국당이 협치하지 못한 모습도 꼬집었다. 한국당은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시점에도 줄곧 불참을 선언해 오랫동안 국회의 ‘개점휴업’을 이어갔다. 그는 “협치는 손바닥이 맞아야 할 수 있는 것인데, 일방적으로 발목 잡기만 해서는 아무래도 국민이 그런 모습을 좋게 보기 어렵다”며 “이런 국민의 평가를 좀 더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누가 경제와 민생을 살릴 것인가의 문제”라며 “문 대통령의 성공과 한반도 평화시대의 개막은 운전석에 누가 앉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노무현의 “이의 있습니다” 28년 만에
김 당선인은 PK(부산·울산·경남)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에 대해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1990년 3당 합당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의 있습니다’라며 혼자 외롭게 이의 제기를 했었다”며 “정치와 경쟁이 실종됐던 지역이 다시 건강한 경쟁, 그리고 대통령의 꿈이 이제야 30년 가까이 흘러 실현돼 가는 과정이다. 좀 먼 길을 돌아온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남도지사 확정을 지은 지 5시간 만에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김 당선인은 방명록에 “대통령님과 함께했던 사람 사는 세상의 꿈, 이제 경남에서 다시 시작합니다”라고 적었다. 지난달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9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땐 추모글에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그였다. 3주 후 그는 노 전 대통령에게 선거 승리를 보고했다.
“노 전 대통령이 (지사 당선에 대해) 뭐라고 할 것 같냐”는 물음에 김 당선인은 “지역 구도 극복이 평생 한이었으니, 어깨 툭툭 두드려 줄 거 같다”면서 “3당 합당 때 ‘이의 있습니다’라고 한 자신의 뜻이 맞았다고 할 것 같다”고 말하며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김 당선인은 취임 후 가장 먼저 추진할 정책으로 “경제혁신추진단을 제일 먼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경남신경제지도’를 발표한 그는 “경남 발전에 진보와 보수는 없다”며 재차 ‘실용’과 ‘변화’를 강조했다. 김 당선인은 ‘위기에 빠진 경남 경제 살리기’를 제1순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경제혁신특별회계 1조 원 조성 △경남 연구개발(R&D)체계 구축을 통한 제조업 르네상스 추진 △제조업 혁신을 기반으로 한 신성장동력산업 육성 △서부경남 KTX 정부 재정사업으로 조기 착공 등을 약속했다.
드루킹 특검, 도정에 아무 문제 없다
김 당선인은 “가장 큰 문제는 경남의 조선업과 자동차 기계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중소 제조업들이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라며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소 제조업을 빨리 혁신해 내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시대에 대륙으로 가는 출발점은 경남, 부산이 될 것”이라면서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로 만들어 가는 물류 산업을 함께 육성해 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특히 “홍 대표가 경남도지사로 재직할 때 무상급식 중단, 진주의료원 폐쇄 등 일방통행식 도정 운영으로 도민의 반발을 샀던 점을 고려해 참여와 소통으로 도정을 혁신할 계획”이라고도 부연했다. 김 당선인은 공약으로 고교 전면 무상 급식을 시행하고, 진주의료원을 대체할 공공병원을 서부경남에 설립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서부경남공공병원설립 도민운동본부와 정책 협약을 맺었다.
김 당선인은 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드루킹 특검’은 경남 도정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경찰 소환을 앞둔 순간에도 당당하게 정면돌파를 선택한 그다. 김 당선인은 “드루킹 덕분에 오히려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지금보다도 훨씬 바쁜 선거운동 기간에도 경찰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 조사도 충실히 받고 소명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드루킹 특검이지, 김경수 특검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도민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하며 “(제가) 먼저 특검을 요구했고 특검보다 더한 조사도 받겠다고 한 데다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문제없음을 충분히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 결과가 일방적인 흠집내기나 흑색선전, 낡은 정치를 경남에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도민들의 수준 높은 정치의식이 만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도민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대선 관심 없다…내가 부담할 몫 아냐
만약 김 당선인이 특검을 거쳐 드루킹 연루 의혹에서 벗어난다면, 차기 대선의 유력한 ‘잠룡’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 당선인은 “관심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제가 부담할 몫이 아니다”라며 “이번 선거 과정에서 지금 경남이 워낙 위기 상황이고, 여러 가지로 어렵고 심각한 상황이라 ‘경남 문제’만이라도 제대로 해결해 달라는 게 도민들의 절박한 요구”라며 경남 도정에 올인할 의지를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김 당선인은 “지금 제 꿈은 봉하마을에 돌아가서 대통령님 기념관 관장이 되는 것”이라며 “경쟁률이 워낙 높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은 1967년생으로 경남 고성 출신이다.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 2016년 더불어민주당 경남 김해시을 국회의원에 당선해 제20대 국회에 입성했다. 2008년 대통령비서실 공보담당비서관을 역임했으며, 2011년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부 본부장을 지냈다. 2013년에는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보 특별보좌관과 수행팀장을 맡아 활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