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프랑스 노동부는 이날 GE가 지난 2014년 자국 알스톰 에너지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올해 말까지 1000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면 창출하지 못한 일자리 하나당 5만 유로(약 6384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방침을 밝혔다.
프랑스 재무부에 따르면 4월 말까지 GE가 창출한 일자리는 323개에 불과하다. 존 플래너리 GE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브루노 르 메이르 프랑스 재무장관에게 시장 여건 때문에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메이르 장관은 “최선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모든 방법을 쓰라”고 촉구했다.
뮤리엘 페니코 프랑스 노동부 장관은 더 나아가 이날 BMF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알스톰과의) 계약에 따르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면 일자리당 5만 유로의 벌금을 물기로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벤자민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도 “제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합의는 전 정권에서 이뤄졌다. 현재 야당은 마크롱 정부에 약속을 지키지 못한 GE에 벌금을 부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상되는 벌금 액수는 약 3400만 유로다. 사실 세계적인 대기업 GE에 치명적인 액수는 아니다. 그러나 마크롱 정부가 출범 이후 표방해 온 기업 친화적 정책과 노동시장 유연화와는 정면으로 부딪치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직 투자은행원이기도 한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를 외국 기업들이 매력을 느끼는 투자처로 만들겠다며 노동자를 쉽게 채용하고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 개혁을 밀어붙였다. 기존 노동법 가운데 36개 조항을 뜯어고친 개정안은 50인 미만 사업장은 노동자 대표들이 노조 위임 없이 사용자 측과 직접 협상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정부는 이러한 노동 개혁으로 유럽 주요국의 두 배에 달하는 실업률을 2022년까지 7%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GE는 2014년 알스톰 인수 당시 정부와 맺었던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16년 유가와 가스값 하락을 이유로 유럽에서만 6500명의 노동자를 해고했고 이어 지난해 12월에도 1만2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따라서 프랑스 정부는 올해에는 약속 불이행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마크롱 정부가 지금껏 취해온 정책 방향과는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는 일자리 창출에 대한 시급성이 깔려있다. 세계 각국에서 일자리 창출을 정책 최우선 순위로 놓고 있다. 프랑스 실업률은 지난해 4분기 들어 0.7%포인트 하락하는 등 개선되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8.9%로 여전히 유럽 평균(7.1%)에 비해 높은 편이다. 청년실업률만 떼어 보면 20%로 더 심각하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강행한 데에도 자국 내 일자리 보호라는 명분이 있다. 미국도 관세 폭탄을 무기로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 분야 기업들에 자국 내 생산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