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의 인천공항 제1 여객터미널(T1)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서 면세업계가 시장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라와 신세계의 사업권 취득 여부에 따라 기존 롯데와 신라 양강 구도에 신세계가 합류하는 빅3로의 재편까지도 예상되고 있다.
18일 면세·증권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22일까지 인천공항 T1 DF1(향수·화장품 및 전 품목)과 DF5(패션, 피혁)를 운영할 최종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인천공항공사는 5월 말 호텔신라와 신세계를 후보자로 선정한 바 있다.
호텔신라와 신세계 중 누가 두 개의 사업권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면세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호텔신라가 DF1과 DF5의 단독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호텔신라의 점유율은 24%에서 30%로 상승해 롯데의 점유율 36%를 바짝 뒤쫓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 인천공항뿐 아니라 아시아 3대 공항의 화장품 유통권을 사실상 독점하게 돼 브랜드 협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가 DF1과 DF5의 단독사업자로 선정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세계의 점유율은 13%에서 19%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7월 강남점까지 오픈하면 점유율은 22%로 늘어 호텔신라의 점유율 24%를 위협하게 될 전망이다. 신세계는 기존 공항면세점에서 판매 품목이 패션, 잡화에 국한돼 있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수익성이 높은 화장품 부문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는 의의도 있다. 또한 패션, 잡화의 경우 인천공항 1, 2터미널을 통틀어 지배적 사업자로 부상하게 된다.
호텔신라와 신세계가 DF1, DF5를 각기 나눠 갖게 되면 누가 화장품을 취급하는 DF1 사업자로 선정되느냐에 따라 점유율 확대 효과가 달라진다. 호텔신라가 DF1, 신세계가 DF5의 사업자로 복수 선정되면 호텔신라의 점유율은 24%에서 28%로, 신세계의 점유율은 강남점 오픈 효과를 포함해 13%에서 17%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호텔신라는 아시아 3대 공항의 화장품 유통권을 사실상 독점하게 되는 효과를, 신세계는 인천공항 1, 2터미널의 패션, 잡화 주력사업자로 부상하게 돼 해당 품목의 바잉파워가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호텔신라가 DF5, 신세계가 DF1의 사업자로 선정되면 호텔신라의 점유율은 24%에서 25%로, 신세계의 점유율은 13%에서 20%(강남점 포함)로 늘어난다. 신세계로서는 2위와의 격차를 상당한 수준으로 좁힐 수 있으며 패션, 잡화에만 국한됐던 판매 품목을 수익성 높은 화장품 부문으로 확대할 수 있다.
NH투자증권 이지영 연구원은 “어느 쪽이 사업권을 취득하든 중·장기적으로 해당 업체의 시장점유율 상승과 협상력 향상으로 귀결돼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특히 호텔신라가 DF1, 신세계가 DF5의 사업자로 선정될 때 시장지배력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각 사의 수익성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