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희생양되나…속앓이하는 애플

입력 2018-06-1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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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트럼프 관세에 대한 중국 보복 우려에 전전긍긍…팀 쿡, 양국 긴장 완화 외교관 역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중국발전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중국발전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이 두 나라 사이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00억 달러(약 55조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강행하기로 하자 중국도 똑같은 강도의 보복 조치를 예고하면서 양국의 무역 갈등은 첨예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에서 연 매출의 4분의 1가량을 거두는 애플이 양국 무역 전쟁의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백악관을 방문한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 애플의 중국 내 위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주요 기업 서밋에서 G2가 냉정할 것을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중이 무역 및 기술 대결을 벌이면 애플과 쿡은 잃을 것이 많다며 쿡 CEO가 두 나라 사이에서 외교관이 될 수밖에 없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쿡 CEO는 전임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이래, 아이팟이나 아이폰 같은 마법을 재창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에 시달리고 있다. NYT는 그러나 쿡이 잡스에게서 물려받은 게, 스마트 기기들이라기보다는 지리적 유산이라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실제로 쿡이 애플의 수장 자리에 오른 이후, 애플의 중국 사업은 연 매출 500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 사업으로 성장했다. 이는 애플의 글로벌 연 매출의 거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주목할 건 중국 정부가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는 등 미국 기업들에 빗장을 걸어 잠근 동안에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현재 애플은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과 계약을 맺고 현지 9억 명의 가입자에게 직접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또 2016년 중국 정부에 의해 강제로 폐쇄된 아이튠즈 무비와 아이북스를 되살리기 위해 쿡 CEO의 중국행이 잦아졌다. 그는 중국에 연구개발(R&D)센터 두 곳을 설립하기로 약속했고,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심지어 중국 당국이 운영하는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NYT를 비롯해 특정 앱에 대한 검열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중국산 제품 500억 달러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고, 이에 대해 중국이 보복하겠다고 나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 시장을 강화하려는 애플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딘 가필드 IT산업위원회 위원장은 “중국 정부에 대한 애플의 영향력은 현지 소비자들의 애플 제품에 대한 사랑이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시진핑 국가주석과 공산당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모든 걸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서 조립된 아이폰에 대해선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애플이 안심할 수 없는 건 중국 측이 사업을 백지화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보복할 가능성 때문이다. 특히 애플은 중국 정부가 공급망에 차질을 초래하고, 국가 안보를 이유를 제품의 정밀조사를 강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애플이 이러한 보복 조치에 직면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포드자동차는 현재 중국 항구에서 하역이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NYT는 중국 화웨이가 미국 내에서 통신장비 판매가 금지된 것처럼 애플도 중국에서 똑같은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애플이 미중 양쪽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동안 애플은 베이징과 워싱턴의 로비스트들을 동원해 시진핑 정부와 유대관계를 강화해왔다. 쿡 CEO는 중국의 중요 정치 행사에도 참석했고, 중국에서 열린 ‘월드 인터넷 콘퍼런스’에도 참석해 IT 산업의 ‘다보스포럼’을 만들려는 중국의 노력에 동참하기도 했다.

동시에 쿡은 트럼프 행정부에도 공을 들였다. 지난달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만나 법인세 인하를 좋게 평가하고 향후 5년간 미국 경제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쿡이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만 해도 콧대가 높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요직 인사들과 접촉하고자 애를 쓴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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